[동네뉴스] 30년 한결같이…유기동물 곁을 지키는 ‘천사’

  • 강명주 시민기자 kmejuw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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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8 19:29  |  발행일 2026-04-28
대구 호루라기쉼터 운영하는 박보영씨
노령견 11마리·유기묘 21마리 돌봐
코로나 이후 후원 줄고 유지비용 부담에 운영난 가중
“입양 못간 아이들 내 곁에서 생을 마무리할때까지 지켜주고 싶어”
호루라기쉼터를 운영하는 박보영씨가 돌보는 유기견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호루라기쉼터를 운영하는 박보영씨가 돌보는 유기견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영남일보 2018년 11월 28일자 12면에 보도됐던 호루라기쉼터. 그로부터 8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지난 17일 오후 다시 찾은 견사는 비가 내리는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개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낡은 시설이었지만 내부는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사료와 각종 용품들도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쉼터지기 박보영(71)씨의 하루는 여전히 이곳에서 시작된다.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받은 데 이어 눈 혈관 파열로 왼쪽 눈이 실명에 이르렀지만, 그는 몸으로 기억한 동선과 감각에 의지해 아이들을 챙긴다. 자유롭지 못한 몸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쉼터를 운영하며 유기견을 돌보게 된 건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과 함께 들른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한 한 마리의 유기견. 피부병에 걸린 채 방치돼 있던 그 개를 본 순간, 그의 삶은 달라졌다. 이후 동물보호센터 봉사를 이어오던 그는 안락사를 기다리는 개들을 보며 결국 스스로 돌보는 길을 택했고, 2011년부터 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 쉼터에는 노령견 11마리가 지내고 있다. 서로 어울리지 못해 3마리씩 나뉘어 생활하고 있으며, 15살을 넘긴 초고령 개 두 마리는 별도 견사에서 따로 보호받고 있다. 유기묘 21마리도 함께 보호 중이다. 특히 예민한 고양이들을 위해 박씨는 미대동으로 이사까지 감행하며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쉼터 밖 또 하나의 공간을 마련하면서까지 생명을 놓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돌봄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후원은 눈에 띄게 줄었고, 사료와 병원비 지원도 대부분 끊겼다. 여기에 고양이 모래 가격까지 크게 올라, 일상적인 유지비 부담마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가장 힘든 순간은 따로 있다. 여전히 유기견 구조 요청과 신고는 이어지지만, 더 이상 받아들일 여력이 없어 발걸음을 떼지 못할 때다. 남아 있는 아이들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찬 형편이다.


그럼에도 쉼터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주말이면 4~5명의 봉사자들이 찾아와 산책과 목욕을 돕는다. 그러나 평일의 대부분은 사료를 챙기고, 배변을 치우고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일상을 박씨 혼자 감당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최소한의 돌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랜 시간 쌓인 책임은 이제 무게로 남아 그를 짓누르고 있다. "입양을 보내지 못한 아이들이 내 곁에서 생을 마무리할때까지 지켜주고 싶어요."


담담한 말 속에는 30년 가까이 이어진 시간과 마음이 담겨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이어져 온 한 사람의 돌봄. 그 시간이 멈추지 않기 위해선 이제 더 많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후원 문의는 네이버 카페 '호루라기쉼터'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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