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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재기자〈사회3팀〉 |
두코바니 프로젝트는 1천㎿급 신규 원자로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약 4천억 코루나(한화 약 25조4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체코 정부는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이어 테멜린 원전 3·4호기 증설 사업의 우선협상권도 한국에 부여했다.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결정적 계기를 앞두고 한수원은 마침내 본계약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EDF가 “한수원이 정부 지원을 받아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EU 외국보조금규정(FSR) 위반을 주장했다. EDF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하루 만에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고 한수원과 체코 발주사 EDU II는 지난달 19일과 20일 각각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항고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페르트 피알라 체코 총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는 계약 체결 준비를 마쳤고 법원 판결 직후 바로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결 시점이 10월 체코 총선과 맞물릴 경우,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계약이 또다시 뒤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 테멜린 원전 입찰 당시에도 프랑스 아레바(현 EDF 자회사)가 탈락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 공방 끝에 사업 자체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단순한 법적 다툼이 아니라, 한국의 유럽 원전 진출 자체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의 움직임도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5일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연이어 방문하며 자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모두 한국이 원전 협력을 모색해온 전략 시장이다. 유럽에서 한국의 진출을 가로막고, 아시아에서도 발 빠르게 선점하려는 프랑스의 외교전은 어느새 '시장 질서'가 아닌 '국가 경쟁'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마침 한국도 새 정부 출범을 맞고 있다. 새 정부는 이번 체코 원전 계약을 단순한 수출 실적으로만 보지 말고, 에너지 외교와 국가 산업 경쟁력의 전략적 분기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한수원이 유럽 원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강력한 외교적 뒷받침과 정책 연속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장성재기자〈사회3팀〉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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