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매일 물 주듯, 마음도 자란다…대구동부고 ‘뿌리 깊은 텃밭’ 이야기

  •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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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4 14:22  |  발행일 2025-06-24
대구 동부고 학생들이 멘토를 맡은 교사와 함께 텃밭에 모종을 심고 있다. <대구동부고 제공>

대구 동부고 학생들이 멘토를 맡은 교사와 함께 텃밭에 모종을 심고 있다. <대구동부고 제공>

대구동부고에 가면 '뿌리 깊은 텃밭'이 있다. 학교 건물 뒤편 자투리땅의 텃밭에는 10여 가지의 작물이 자란다. 오이, 가지, 치커리, 토마토 등은 학생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특별한 작물이다.


'뿌리 깊은 텃밭'은 식물에게 매일 물과 햇빛과 관심을 주면 땅 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매일 관심과 사랑을 줌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학교에 깊게 뿌리를 내려 학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지난해 김도경 동부고 상담교사는 3학년 학생이 학교에 오지 않고 심지어 집 밖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상담을 하게 된다. 3학년이라 졸업을 하려면 수업일수 등이 걱정이었다. 학생을 집 밖으로 나와 매일 학교까지 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매일 물을 주는 식물을 키우기로 했다. 루꼴라를 선택하고 학생이랑 같이 파종하고 키우기 시작했다. 루꼴라가 걱정인 학생은 매일 엄마와 함께 학교에 나와서 물을 주었다. 루꼴라를 잘 키워 샌드위치를 만들어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자고 목표를 설정했다. 잘 자란 루꼴라를 수확하고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고 예쁘게 포장도 했다. 샌드위치를 받아들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면서 가슴 뿌듯함도 느꼈다. 그러면서 집 밖으로 나오고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다행히 졸업을 하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최상도 대구동부고 교장은 평소 티타임을 통해 많은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져왔는데, 이 사례를 올해 확대해 텃밭을 시작하게 됐다.


대상학생 및 진행 방식 등을 구상해 학생 6명과 선생 6명이 1대1 멘토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학교 부적응 학생 중 6명을 신청받았다. 어떤 식물을 선정할지 의견도 모았다. 모종을 분양하고 이름표를 꽂았다. 멘토와 멘티가 의논하여 풀도 뽑고 물도 준다. 식물도 사람과 같다. 사랑으로 키울 때 잘 자라고 적당한 시기에 물과 양분도 필요하다는 것을 체험한다. 각자의 작물을 돌보고 가꾸며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애착을 갖는다. 점심시간이면 참여하지 않은 친구들을 데려와서 함께 가꾸기도 한다. 학교 부적응 학생 중에서도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추가되어 현재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 한 학생이 토마토는 너무 빨리 꽃이 피면 성장이 늦어지기 때문에 꽃을 따줘야 된다고 했다. 학생이랑 같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잘 자라고 있으면 꽃을 안 따도 된다. 곁순만 따 주면 좋다는 것도 알게 됐다. 키우는 작물을 통해 사제지간에도 더 가까워지고 대화의 시간도 많아진다.


곁순도 따주고 풀도 뽑아주고 식물이 얼마만큼 자라고 있는지 학생들은 즐거움의 요소가 된다. 무기력하게 있는 시간에는 작물을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마음을 컨트롤한다.


부적응 학생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텃밭은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발상으로 학생들 사이에는 꽤나 인기가 높다.


뿌리 깊은 텃밭은 미래의 꿈을 펼쳐나갈 학생들의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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