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당하는 한수원 해킹의 반복, 원전 밀집지 경북 불안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5사를 노린 해킹 시도가 지난 5년간 756건 발생했다고 한다. 어제 공개된 한수원 등의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이들 6개사를 겨냥한 해킹 시도가 2021년 207건, 2022년 164건, 2023년 160건, 2024건 134건이었다. 올 들어서만 지난 8월까지 91건이었다. '적발'된 것만 그렇다.
이 중 주요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에 대한 해킹 시도가 가장 많은 점을 주목한다. 올해 33건을 포함해 최근 5년간 총 242건이다. 원전 해킹은 단순히 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정지로도 산업·의료·교통 등 전반이 마비될 수 있는 사안이다. 전력망의 문제만도 아니다. 유사시 원전 안전장치에 대한 직접적인 사이버공격이 이뤄진다면, 이는 지역 안전과 국가안보에 심대한 사태로 비화한다.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인 경북 동해안과 대구경북 지역민의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수원 해킹문제가 제기된 게 10년도 훨씬 넘었다. 최근까지 좀처럼 줄지 않고 올해만 91건이나 발생한 건 '알고도 당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으로 추정되는 해킹조직의 소행으로 짐작된 것도 적잖다.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원자력은 사이버 보안에 허점이 생기면 국가안위에 매우 위험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사이버 공격은 대규모 공격의 전조다. 총체적이고 발빠른 보안체계의 정비가 요구되는 이유다. 핵발전소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인 게 적절한가. 이게 효과적일까. 사회기간시설을 보호할 강력한 대응체계를 갖춘 특화된 전문기관, 제3의 독립기관이 필요한 건 아닌가. 북한은 사이버전 요원만 수만 명 보유한다. 전문성에서부터 불리한 구조라면 개선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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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좋은 추억…통일은 없다"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만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한국에 대해선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재명 정부의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통일과 관련, 김 위원장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며 '두 개 국가론'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과의 직접 통로는 열어두면서 우리 정부는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최근 관세 협상 과정 때문에 한-미관계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APEC 참석 기간 때 양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로서는 외교·안보정책의 복합적 변수를 한꺼번에 관리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공조의 틀을 다시 확인하고, 행여 있을 수 있는 북-미간의 비공식적 합의가 한반도 안보와 우리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도록 외교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위협적으로 들리지만, 고도의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다. 그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 체제의 안전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럴 때 우리의 선택은 분명해야 한다. 감정적 대응이나 일시적인 '쇼 외교'에 휘둘리지 않고, 동맹국과 공조하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외교·안보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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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만찬장 변경, 불안감 키우는 APEC 준비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경주 APEC 정상회의 만찬장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경주 라한호텔로 전격 변경됐다. APEC 준비위원회는 공식 만찬에 더 많은 인사를 초청할 수 있도록 장소를 바꿨다고 했다. 이번 APEC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했던 국가의 정상화를 알리는 새 정부의 첫 대규모 국제행사이고, 국내외 주요 인사가 참석할 예정임에 따라 공식 만찬에 보다 많은 인사를 초청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박물관 중앙마당에 건설 중인 만찬장 시설 수용인원은 600명 정도로, 지난 2005년 부산 APEC 당시 1천 명을 수용한 만찬장보다 작다.
애초 정상회의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정한 것은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에밀레종을 20년 만에 타종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금관을 모아 외국 정상들에게 소개하는 등 천년 고도(古都) 경주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APEC 만찬이 'APEC 정상회의의 꽃'인 만큼,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만찬장을 조성하기 위해 80억원을 들여 공사 중이다. 그동안 계속 제기됐던 만찬장·미디어센터 공정률 저조 등 준비 미흡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만찬 장소가 갑자기 바뀌다 보니 APEC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APE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전망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관세 전쟁 와중에 양국 정상이 6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의장국인 한국도 미국, 중국 등과의 회담을 통해 뒤얽힌 현안을 풀고 외교 무대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남은 기간 경호·교통·의전 등 준비 상황을 철두철미하게 점검해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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