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추락으로 조종사 구조와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소방대원이 풍기인삼연구소 앞마당에 대기 중이다. 권기웅 기자
다급한 무전이 산자락을 타고 울려 퍼졌고, 소방·군·경 차량 경광등이 어둠을 밝혔다. 25일 밤 9시 경북 영주시 안정면 용산리 용수사 뒷산 일대는 '전투기 추락' 신고 직후부터 통제선이 그어졌다. 경찰관은 산길 입구에서 차량을 돌려세웠고, 공군 관계자들은 추락 지점 조사를 준비한 채 소식을 기다렸다. 산비탈로는 구조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숨을 몰아쉬며 올라갔다. 험한 산악지형을 헤집는 헤드랜턴 불빛이 띄엄띄엄 움직였다.
공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1분쯤(신고 접수는 7시29분) 충주기지 소속 F-16C(단좌) 전투기가 야간 비행훈련 중 영주 인근 산악지역에 추락했다. 전투기 추락 충격으로 약 200평 규모의 산불이 나 용수사 뒤편 야산을 붉게 물들였지만, 소방은 주불을 잡는 데 총력을 쏟았다.
현장지휘본부는 오후 7시57분쯤 도착했고, 영주소방서는 오후 8시0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며 긴급통제단을 운영했다. 대원들은 "구조대상자를 찾았다"는 무전이 이어지자 곧바로 산쪽으로 투입됐다. 조종사는 비상탈출 후 낙하산이 나무에 걸린 상태였고, 약 20m 높이에서 매달린 채 스스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락한 전투기 동체를 찾기 위해 군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권기웅 기자
문제는 '거리'가 아니라 '지형'이었다. 조종사가 발견된 곳은 추락지점과 직선거리로 약 3km 떨어진 험준한 산악지대. 오르막과 잡목, 미끄러운 낙엽층이 겹쳐 들것과 로프를 든 구조대원들의 발걸음이 계속 늦춰졌다. 현장에는 "구조에 장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보고가 올라왔고, 오후 8시17분부터는 영주소방서장이 직접 지휘에 나섰다.
산불은 오후 9시12분쯤 주불 진화가 이뤄졌고 잔불 정리가 이어졌다. 구조 불빛은 더 깊숙한 산으로 이동했다. 조종사는 밤 9시58분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구조됐다. 이후 오후 10시19분 예천비행장으로 이송이 완료됐으며, 10시28분 대응 1단계가 해제됐다. 공군은 사고 전투기가 F-16C(단좌)이며 조종사 1명이 탑승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꾸려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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