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국수 한 그릇 하실래예?” 밥상 위에서 꽃핀 마을 공동체

  • 서현정 시민기자 romantiktim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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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1 21:29  |  발행일 2026-04-21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에서 열린 ‘이주민과 주민이 함께 하는 마을밥상’
음식 준비부터 대화까지, 정성으로 차린 한 끼가 만든 변화
18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에서 진행 중인 이주민과 주민들이 함께 하는 마을밥상 행사에서 이주민과 지역 주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서현정 시민기자

18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에서 진행 중인 '이주민과 주민들이 함께 하는 마을밥상' 행사에서 이주민과 지역 주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서현정 시민기자

"국수 한 그릇 하실래예?"


지난 18일 낮 12시, 대구 이곡동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에서 '이주민과 주민들이 함께 하는 마을밥상' 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정오에 시작됐지만, 아침 9시부터 부엌은 이미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추전과 호박전이 노릇하게 익어가고, 김치와 잔치국수를 준비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삶은 국수 위에 양념과 고명을 얹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 한 그릇을 완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함께 만든 마음이었다.


약 3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지난해 '이주 여성에 대한 이해 높이기' 활동에 참여했던 성서공동체FM과 성서마을넷이 제안하고, 사단법인 '이주와 가치'와 함께 마련했다. 이주민과 주민이 함께 밥상을 차리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였다.


참가자들은 한자리에 둘러앉아 국수를 나누며 서로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건넸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행사에는 베트남,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함께했다. 베트남에서 온 한 어머니는 다섯 살 딸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았고, 아이는 낯선 공간에서도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밝은 표정으로 어울렸다.


한국에 온 지 20년 된 중국 출신 홍매(47·대구 수성구) 씨는 "그동안은 이주민들끼리 모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처음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면서 "우리 동네에 함께 사는 이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2년 전 중국에서 온 이은서(10·대구 수성구) 양은 "국수가 맛있어서 좋았고, 새로운 언니를 만나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성서공동체FM 자원활동가 송미화(47·대구 달서구) 씨는 "국수를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동안 고향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이주민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우리 동네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웃과 다르지 않았다"며 "맛있는 음식과 밝은 웃음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진 시간이었다"며 웃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됐다. 낯선 얼굴은 익숙한 이웃으로 한 걸음 가까워졌다. 함께 나눈 한 끼가, 함께 살아가는 마을의 시작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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