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통합돌봄법 시행 한 달 만에 대구에서만 5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보건, 의료, 돌봄을 통합 제공받는 이 제도는 '노후의 존엄'을 지키는 획기적 전환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기대보다 비명에 가깝다. 대구지역 행정복지센터의 전담 인력이 단 1명뿐인 구조에서 통합돌봄 조사까지 더해졌다. 의학 지식이 부족한 행정직 공무원이 어르신의 건강을 1차 판단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방치되고 있다. 본인부담금 혼선으로 돌봄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속출한다. 현장의 균열이 심한데, 대구시는 하반기 인력 충원이라는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더욱이 대구지역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1%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1인 가구 비중도 35%에 달하고, 1인 가구의 30% 이상이 고령층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만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돌봄 쓰나미'가 행정복지센터를 덮칠 게 자명하다.
대구시는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넘어 '대구형 통합돌봄 모델' 구축에 나서야 한다. 대구의 보건, 의료 관련 대학과 인프라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역 대학 전공생들을 '돌봄 서포터즈'로 활용해 행정 공백을 메우는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는 활동을 지역 화폐인 '대구로페이'나 향후 돌봄 이용권으로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AI와 로봇 산업을 돌봄 현장에 이식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대구시장 후보들도 절박한 현장의 비명을 외면해선 안 된다. '대구 경제 살리기' 못지않게 시민의 노후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거대 담론에 취해 시민의 삶을 소홀히 한다면 대구의 미래는 공허할 뿐이다. 대구의 내일이 화려한 청사진에만 있는 게 아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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