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헌혈로 이어온 나눔…박원철 센터장이 말하는 ‘경주형 자원봉사’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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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02 11:06  |  발행일 2026-05-02
34년 공직 뒤 자원봉사 현장으로
75회 헌혈·1천455시간 봉사 실천
“행정이 뼈대라면 봉사는 살을 붙이는 일”
APEC 이후 ‘따뜻한 도시 경주’ 역할 강조
박원철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장이 센터장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성재 기자>

박원철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장이 센터장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성재 기자>

박원철 <사>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장(62)에게 헌혈은 특별한 선행이 아니다. 오래 이어온 생활의 습관이자 이름 모를 누군가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대학 시절 처음 헌혈을 시작했고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헌혈차를 찾아다녔다. 경주에 헌혈의집이 생기기 전에는 포항까지 가 헌혈을 한 적도 있다.


박 센터장은 1989년 경주시청 공직에 입문해 시민행정국장, 문화관광국장 등을 지냈다. 34년 공직 생활을 마친 뒤 다시 향한 곳은 자원봉사 현장이었다. 행정이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면 봉사는 그 틈에 사람의 온기를 채우는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헌혈도 봉사와 같다"고 했다. 한 번 시작하기는 어색하지만 자주 하다 보면 개인 일정을 뒤로 미루고라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이걸 해야 된다는 마음이 생긴다"며 "봉사도 마찬가지로 자기도 모르게 발이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봉사 이력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2010년 이후 기록된 자원봉사 시간은 1천455시간, 헌혈은 75회에 이른다. 공직 시절 주말마다 무료급식소를 찾았고 헌혈증은 필요한 이웃과 동료 가족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박 센터장은 "헌혈을 하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이 혜택을 본다"며 "한 번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헌혈과 봉사를 망설이는 시민들에게는 부담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대단한 준비가 없어도 마음이 있다면 이미 시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8일 박원철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장(오른쪽)과 류종헌 사무국장이 경주헌혈의집에서 헌혈을 하고 있는 모습. <박원철 센터장 제공>

지난 28일 박원철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장(오른쪽)과 류종헌 사무국장이 경주헌혈의집에서 헌혈을 하고 있는 모습. <박원철 센터장 제공>

전국적인 혈액수급 불안 속에서 경주의 헌혈 환경은 예전보다 나아졌다. 과거에는 헌혈차 일정에 맞춰야 했지만 지금은 헌혈의집(2022년 12월 개소)이 생기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 다만 학생들의 시험 기간 등에는 헌혈 참여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 센터장은 자원봉사도 같은 흐름으로 바라본다.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경주지역에는 연간 활동 기준 8만 명 안팎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센터는 장기적으로 10만 자원봉사자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다.


그는 "양적인 확대도 필요하지만 내실을 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청소년과 직장인의 참여 기반을 넓히는 일이 과제라고 봤다. 직장인은 봉사 의지가 있어도 시간과 여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센터가 모바일 기반 연결 시스템과 시간대별 봉사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의 대표 브랜드인 '친절한경자씨'도 그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친절한 경주의 자원봉사자를 줄인 말로, 경주 시민 자원봉사의 얼굴이 되고 있다. 이들은 재난 현장과 지역 행사, 생활 밀착형 봉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재난 현장에서 봉사자의 역할은 크다. 센터는 한수원이 기증한 사랑의 밥차(사랑ON급식차)를 활용해 여러 재난 현장에서 급식 지원에 나섰다. 박 센터장은 지난해 발생한 경북 대형 산불 등 재난 현장을 떠올리며 "발생 직후 이틀이 가장 바쁘다"고 했다. 전국에서 지원이 몰려오기 전,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에 먼저 도착해 밥을 짓고 현장을 돕는 것이 경주 봉사자들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최근 문무대왕면 산불 때도 그랬다. 추운 날씨 속에서 밤늦게까지 밥을 짓고 다시 새벽 4시에 나와 주먹밥을 만들었다. 오전 7시에는 현장에서 배식을 시작했다. 박 센터장은 "자기 생업을 뒤로하고 나오는 분들"이라며 "그분들이 진짜 고맙다"고 말했다.


경주시 대안길53에 있는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 전경. 센터는 친절한경자씨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워 자원봉사자 모집·교육·배치뿐 아니라 재난 대응, 생활 밀착형 봉사, 시민 참여 플랫폼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장성재 기자>

경주시 대안길53에 있는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 전경. 센터는 '친절한경자씨'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워 자원봉사자 모집·교육·배치뿐 아니라 재난 대응, 생활 밀착형 봉사, 시민 참여 플랫폼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장성재 기자>

2025 APEC 정상회의 이후 경주 자원봉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박 센터장은 APEC 준비 과정에서 환경정화와 친절 캠페인 등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자부심이 커졌다고 했다. 국제행사를 치르며 스스로 "내가 경주의 한 역할을 했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그는 "경주는 역사도시이지만, 따뜻한 도시여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역사가 깊어도 사람 사이의 온기가 없다면 도시의 매력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APEC 기간 자원봉사자들은 말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아도 웃음과 친절로 방문객을 안내했다. 박 센터장은 이들을 '민간 외교관'이라고 표현했다.


박 센터장이 말하는 자원봉사는 거창하지 않다. 헌혈 한 번, 배식 한 끼, 재난 현장의 밥차 한 번, 외국인에게 건넨 미소 하나가 모두 봉사다. 그는 이런 작은 실천이 쌓여 도시의 표정을 바꾼다고 믿고 있다.


센터장으로서 그의 목표도 분명하다. 더 많은 시민이 부담 없이 봉사에 참여하고 청소년과 직장인도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춰 봉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통합 관리와 봉사자 예우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박 센터장은 "행정이 도시의 뼈대를 세운다면 봉사는 그 도시가 살아 숨 쉬도록 온기를 채우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경주형 자원봉사'는 바로 그 온기를 시민의 일상으로 넓혀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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