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 발언대] 김영성 이장, 농사도 마을도 챙긴다…‘균형’의 리더십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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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02 12:12  |  발행일 2026-05-02
연 매출 1억2천만 원 블루베리 농장 운영하며 마을 대소사 챙겨
공동 우편함 도입 등 고령화 농촌 생활 안전망 구축에 앞장
김영성 이장이 보문면 오암2리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블루베리 재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장석원기자>

김영성 이장이 보문면 오암2리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블루베리 재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장석원기자>

대학에서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연구원 출신, 연간 1억2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루베리 농장 경영인 그리고 고령화된 농촌마을의 안부를 살피는 이장. 경북 예천군 보문면 오암2리 김영성(42) 이장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다.


김 이장의 삶은 전문성과 경영 능력, 공동체 리더십이 균형을 이루는 사례로 주목된다. 반도체 연구소에서 쌓은 공학적 사고는 농장 운영의 체계로 이어졌고, 귀농 후 일군 블루베리 농장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됐다. 여기에 지역 최연소 이장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생활 민원과 안부까지 챙기며 농촌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 이장이 농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였다. 학교 졸업 후 호주에서 농장 일을 경험하며 땀 흘려 일하는 농업의 매력에 빠졌다. 귀국 후에는 반도체 연구소에 취업했지만 농업에 대한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이후 안동에서 귀농 교육을 받고 멘토 농가를 찾아가 콩, 고추, 생강 등 밭작물을 배우며 농업의 기초를 익혔다. 2012년에는 농어촌공사 정책자금을 활용해 지금의 터를 마련했고, 돌무더기였던 농지를 직접 정비해 블루베리 농장을 조성했다.


현재 김 이장은 블루베리를 주 작목으로 농장을 운영하며 연간 1억2천만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단순 생산에 그치지 않고 고객 관리, 택배 판매, 품질 유지 등을 체계화해 안정적인 직거래 기반도 만들었다. 연구원 출신다운 분석적 사고와 경영 감각이 농업 현장에 접목된 결과다.


하지만 김 이장의 또 다른 얼굴은 '마을 이장'이다. 귀농 초기에는 외지인에 대한 경계도 있었지만, 그는 폐비닐 정리, 어르신 심부름, 장비 지원 등 작은 일부터 꾸준히 도왔다. 시간이 지나며 주민들의 신뢰가 쌓였고, 결국 주민들의 요청으로 이장직을 맡게 됐다.


그는 이장 역할을 '마을의 높은 자리'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하는 자리'로 받아들였다. TV가 나오지 않거나 전등을 갈아야 하는 일, 마을 공사 현장 조율, 주민 간 의견 중재까지 그의 몫이 됐다.


코로나19 시기 혼자 지내던 어르신의 위급 상황을 계기로 추진한 공동 우편함 설치도 같은 맥락이다. 우편물이 이틀 이상 그대로 있으면 이장과 영농회장, 부녀회장이 함께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작은 우편함이지만 고령화된 마을에서는 생활 안전망 역할을 한다.


김 이장은 앞으로 오암2리를 블루베리를 활용한 체험·관광형 특화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농장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이 안내와 음식, 소일거리 등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이장은 "오암2리는 작지만 단합이 잘 되고, 외지 사람도 받아줄 만큼 포용력이 있는 마을"이라며 "마을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람을 불러들이고, 어르신들이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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