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무덤 속 상어뼈, 고대인의 먹거리를 이야기하다

  • 김혁중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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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3 09:16  |  발행일 2026-09-24
김혁중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김혁중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지난 7월부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 열리고 있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그릇을 비롯한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먹어 왔는지 돌아보는 전시다. 마침 한가위가 다가온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조상을 기리는 명절이다. 오는 25일 추석을 앞두고 집집마다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는 이때, 대구의 밥상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돔배기다. 상어고기를 토막 내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음식으로, 경상도에서는 제사나 명절에 빠지지 않고 올리곤 한다. 산적처럼 꼬치에 꿰어 굽거나 전으로 부치면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난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대구의 차례상에 어쩌다 상어가 자리 잡았을까. 그 실마리는 뜻밖에도 1천600년 전 무덤 속에서 발견된다.


대구 동구에 자리한 사적 '대구 불로동 고분군'은 5세기 전후 이 지역을 이끌던 세력의 무덤이다. 이곳 갑호분, 91호분, 93호분에서는 각종 토기와 철기류를 비롯해 물고기 뼈가 출토됐으며, 그 가운데 상어뼈도 확인됐다. 약 1천600년 전 이미 대구 유력자 곁에 상어고기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돔배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먼바다에서 온 상어가 고대 대구 사람들의 장례에 쓰였음을 보여준다.


대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접한 경산 임당동·조영동 고분군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상어뼈가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상어를 무덤에 바치는 풍습이 동해안에서 내륙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냉장·냉동 시설이 없던 시절, 상어는 소금에 절이거나 말린 채 내륙으로 운반됐을 것이다. 바다의 먹거리를 산 넘고 물 건너 가져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터다. 무덤 속 상어뼈는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뿐만 아니라 바다와 내륙을 잇던 교류의 흔적이기도 하다.


상어고기를 무덤에 넣은 방식도 흥미롭다. 불로동 91호분 4곽에서는 죽은 이를 위한 물품을 넣어 둔 딸린덧널의 항아리에서 상어뼈와 다른 생선뼈가 함께 발견됐다. 93호분에서도 딸린덧널의 큰항아리 안에서 상어뼈가 나왔다. 상어고기를 항아리에 담아 무덤에 넣었다는 사실은 당시 사람들이 죽은 이를 위해 음식을 마련했음을 보여준다. 무덤 속 항아리에는 고대인의 식생활과 장례 풍습이 함께 담겨 있었던 것이다.


국립대구박물관은 2015년 특별전 '상어, 그리고 돔배기'를 열어 이 지역의 오랜 상어 문화를 조명한 바 있다. 1천600년 전 상어고기와 오늘날 차례상에 올리는 돔배기가 꼭 같은 음식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먼바다의 먹거리를 귀하게 여겨 소중한 이에게 올렸다는 점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이번 추석, 돔배기 한 접시 앞에서 잠시 멈춰 본다면 그 안엔 이미 1천600년 전 대구 사람들의 삶과 마음이 함께 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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