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문 대구문인협회 문학단지조성추진위원장
동료들과 관광을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약속 시간이 지나도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 뒤 승용차 한 대가 급히 멈췄다. 늦잠을 잔 그를 아내가 태워다 준 것이었다. 사람들이 한마디씩 놀렸고 그도 멋쩍게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승합차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창밖으로 차들이 하나둘 뒤로 밀려났다. 문득 며칠 전 저녁 일이 떠올랐다.
저녁을 먹으려는데 국에서 낯선 냄새가 났다. 내가 "이거 조금 이상한데?"라고 하자 집사람은 "괜찮은 것 같던데"라고 했다. 딸도 맛을 보더니 상한 것 같다며 숟가락을 놓았다. "그럼 안 먹는 게 낫겠네" 하고 나도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집사람은 잠시 국그릇을 바라보다 치우며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대꾸하지 않고 다른 반찬에 젓가락을 댔다.
목적지에 가까워졌을 때 늦게 온 동료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내가 보낸 문자였다. "먼 길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그는 곧바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옆 사람이 그 문자를 보고 웃었다. 동료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웃기만 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오자 집사람이 "잘 다녀왔어요?" 하고 물었다. 신발을 벗으며 낮에 동료가 아내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가 놀림을 받은 이야기를 했다. 집사람은 별말 없이 내 가방을 받아 들었다. 가방을 든 쪽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며칠 뒤 저녁, 집사람은 부엌에서 달걀말이를 하고 있었다. 팬에 달걀물을 붓고 익은 끝을 말았다. 다시 달걀물을 붓고 이어 말았다. 모양이 비뚤어지고 한쪽이 찢어지기도 했지만, 집사람은 말없이 다시 달걀물을 부었다. 달걀을 마는 손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겨울밤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내 코트에서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내가 "여기 단추 하나 떨어졌네"라고 하자 집사람은 반짇고리를 가져왔다. 잘 굽혀지지 않는 검지로 바늘을 밀어 넣으며 한 땀씩 단추를 달았다. 바늘이 두꺼운 천을 드나드는 동안 나는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눈앞의 손을 다시 보았다. 손가락 마디는 굵어졌고 손등에는 잔주름이 내려앉아 있었다. 잠시 뒤 집사람이 달걀말이를 썰어 내놓았다. "잡수세요" 하는 말에 한 조각을 입에 넣고는 "맛있네" 하고 말했다. 집사람은 잠깐 나를 바라보다 미소 지었다.
달걀말이의 단면에는 얇은 겹들이 포개져 있었다. 반듯한 데도 있었고, 중간중간 비뚤어진 자국도 눈에 띄었다. 한동안 그 단면을 바라보다 다음 조각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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