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람의 스포르찬도]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 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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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8 15:04  |  발행일 2026-09-29
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김추자의 음반 '늦기 전에 /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그녀의 1집(1969)이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다가 음반에 실린 동명의 드라마 주제가 '님은 먼 곳에'가 1970년 연초에 히트를 했고 뒤를 이어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전국을 뒤흔들었다.


전쟁과 참전자를 소재로 다룬 노래 중 히트곡은 삶에 대한 철학, 전쟁에 대한 깊은 고찰을 가사에 담고 있는 것이 많다. 그런데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다르다. 가사를 보자.


김추자 1집 늦기 전에 /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

김추자 1집 '늦기 전에 /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서 돌아왔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너무나 기다렸네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웃으며 돌아왔네


어린 동생 반기며 그 품에 안겼네 모두 다 안겼네


말썽 많은 김 총각 모두 말을 했지만


의젓하게 훈장 달고 돌아온 김상사


동네 사람 모여서 얼굴을 보려고 모두 다 기웃기웃


우리 아들 왔다고 춤추는 어머니 온 동네 잔치하네


폼을 내는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믿음직한 김상사 돌아온 김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가사는 매우 단순하다. 주인공인 김상사를 주변인들이 예나 지금이나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가사의 화자는 아마도 젊은 여성일 텐데 그녀는 김상사를 너무나 기다렸고 믿음직해서 맘에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한 가사를 쓴 첫째 이유는 검열 때문이었다. 당국은 반전, 사회비판, 향수가 담긴 가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자의 '기러기 아빠(1969)'의 경우 '아빠는 어디 갔나 어디서 살고 있나'라는 가사가 '월남전에서 전사한 아빠'를 연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둘째 이유는 신인가수 김추자를 띄우기 위해서였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히트곡 제조기 신중현이 김추자에 꼭 맞춘 노래였다. 그녀는 허스키한 음성에 진동수 높은 바이브레이션을 섞어 묘하게 노래했다. 얼핏 들으면 음치 같고 또 어떻게 들으면 기교가 뛰어난 것도 같았다. 이러한 김추자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신중현은 음정, 가사를 최대한 단순화하였다.


1974년 광주 전일방송국 개국 3주년 기념 공연의 김추자.

1974년 광주 전일방송국 개국 3주년 기념 공연의 김추자.

김추자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에 제스처와 댄스를 가미하였다. 무대를 휘젓고 손가락질하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그녀가 '한국에서 처음 엉덩이를 흔든 가수'라고 한 바 있다. 김추자는 히트를 넘어 한 시대의 장르가 되었다. 대중은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며 치켜세웠다.


사이키델릭한 연주에 몸매 굴곡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청중을 향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김추자는 신중현의 대리 화자였다. 그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너희들이 가사를 통제하고 예술을 억압해? 좋아, 거기에 맞춰주지. 그런데 이것 봐. 김추자의 엉덩이 춤은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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