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광의 좋은 건축, 좋은 도시] 우리는 왜 모든 빈집을 다시 채울 수 없는가

  • 김은광 경일대 건축학과 교수·건축학 박사·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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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9 10:39  |  발행일 2026-09-30
김은광 경일대 건축학과 교수·건축학 박사·건축사

김은광 경일대 건축학과 교수·건축학 박사·건축사

사람은 줄어드는데 집은 남는다. 지금 농어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처음에는 한두 채의 빈집이 생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골목의 여러 집이 비고, 가게가 문을 닫고, 버스와 의료·돌봄 서비스도 줄어든다. 빈집 문제는 결국 집 한 채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생활기반이 흔들리는 문제이다.


이제 이것은 먼 농촌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2023년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되면서 대구는 고밀한 도심뿐 아니라 농촌과 산촌을 함께 가진 도시가 되었다. 전남과 광주는 올해 통합특별시 체제로 전환했고, 대구와 경북도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행정의 경계가 넓어진다는 것은 도시가 책임져야 할 공간의 성격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농어촌의 변화는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하다. 2024년 전국 빈집 약 13만4천 채 가운데 농어촌에만 약 7만8천 채가 있다. 전체 주택은 도시지역에 농어촌보다 세 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어촌에서 빈집이 얼마나 빠르게 일상의 풍경이 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고령화는 이 문제를 더욱 빠르게 만든다. 2002년 월드컵 무렵 65세 이상이 가구주인 집은 열 가구 가운데 한 가구 남짓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비슷한 시간이 흐른 2050년에는 전국 두 집 중 한 집이 고령자 가구가 되고, 경북은 열 집 가운데 여섯 집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생기는 모든 빈집을 다시 사람으로 채울 수 있을까. 귀농·귀촌자를 유치하고 빈집을 수리해 다시 쓰는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빈집 100채가 생겼다고 100가구를 다시 불러오는 것은 장기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빈집 정책의 목표가 모든 빈집을 다시 채우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줄어든 인구 규모에 맞게 주거와 생활기능을 다시 배치하고, 남는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건축적 대안이 시니어 컬렉티브 하우스(Senior Collective House)이다. 필자가 문경 흥덕마을의 노후 주거지를 연구하면서 검토한 방식으로, 고령자들이 독립된 생활과 사생활은 유지하되 식사와 휴식, 커뮤니티 등 일부 공간과 생활기능을 함께 사용하는 주거 형태이다. 단순히 여러 사람이 한집에 모여 사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고령자의 주거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열 채의 집에 고령자 한 명씩 흩어져 살고 있다면 일부 주택을 공동주거로 재구성하고, 남는 집은 마을식당·돌봄시설·공동작업장·방문자 숙소로 바꿀 수 있다. 필요하면 일부를 철거해 작은 공원이나 주차장을 만들 수도 있다. 빈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변화에 맞춰 마을의 공간을 다시 배열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도시를 성장의 관점에서 계획해 왔다. 더 짓고, 더 넓히고, 더 공급하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만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다시 사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응 시기를 놓치면 빈집 몇 채의 문제가 골목 전체의 공실로 번지고, 사람이 남아 있어도 생활기능이 사라진 '유령마을'이 될 수 있다.


군위를 포함한 지금의 대구, 그리고 앞으로 대구와 경북의 공간적 관계가 더욱 밀접해질수록 이런 시선은 더 필요하다. 좋은 도시는 많이 짓는 도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이 줄어들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줄어드는 공간까지 잘 관리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도시가 좋은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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