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변호사
나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에 관한 강의를 종종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 대상 강의가 많은데, 어느 날 강의를 마쳤을 때 한 학부모가 다가왔다. 담임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소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담임 선생님께서 자기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대체 고소할 정도의 자존감 떨어질 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는데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한 말은 생활지도 범위 내에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었다. 사정을 다 들은 나는 그 학부모님께 "어머니, 아이 자존감은 어머니께서 키워주셔야지요"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정상적인 교육의 범주에 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일로도 자신의 아이가 기분이 나빴으니 선생님을 형사 고소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집에서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으면 가정교육이 안 된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으면 학교 교육이 안 된다. 특히, 교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학교 교육은 실패하며 그때부터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보육기관에 다니는 것이다. 아이가 교사를 신뢰하려면 교사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부모님이 선생님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이다.
학업은 학원과 독학, 검정고시로 해결할 수 있지만 성장기에 단체 생활을 하면서 배워야 할 인성과 태도, 어른인 선생님과 건강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배우는 건전한 사회성과 예의, 하기 싫은 일이지만 규칙이고 약속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다. 또 잘못했을 때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방법도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과거 몇 년간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교사의 뉴스를 종종 접했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자신의 소중한 삶에 대해서도 생각했을 것이고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도 생각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면 얼마나 주저주저하면서 그래도 이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가셨을까.
나의 아이 학교 학부모들은 한 학년 전체 밴드 단체 채팅방과 반 단위 채팅방에서 학교 급식, 학교생활, 시험 등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표현한다. 그 단체 채팅방에는 의견이 강하고 타인의 반박과 다양한 의견에 공격적으로 반응하며, 작은 일로도 학교에 전화하여 따지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거나 언론에 알려 문제 삼자고 하는 사람이 몇 있다. 채팅방에서는 소수의 강한 캐릭터가 의견을 내고 대다수의 부모님은 그냥 지켜만 본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급식이 맛없다고 했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급식교사가 교체 발령되었다. 학교가 단체생활이고 교육의 현장이며 아이들이 미성년자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과 아이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저해가 된다면 집요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문제 삼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애틋하니 좋은 부모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공수교대이다. 언제나 공격하는 입장에만 있지 않고 언제나 수비하는 입장에만 있지도 않는다. 긴 호흡으로 살다 보면 반드시 반대의 입장을 경험하고, 돌려받게 된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삶에서도 목격한 것이다.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 한순간에 몰락하기도 하고, 열심히 살아도 퇴보하는 것 같은 비참함을 극복하고 별의 순간을 만나는 사람도 있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인생에서 지는 경우도 있고 이 사건에서는 원고이지만 저 사건에서는 피고인 경우도 본다. 누군가가 말했다. 자식은 부모가 쌓은 덕으로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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