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라오스 현지에서 성주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선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주군은 민간 송출업체를 통하지 않고 해외 지자체와 직접 소통해 근로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입국 후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현지 브로커 개입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해외 현지 브로커가 근로자들로부터 1인당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300만원까지 비용을 받은 사례가 성주군 조사에서 확인됐다.
성주군은 실제 현지 민간업체의 개입이 확인된 필리핀의 한 지방자치단체를 올해 계절근로자 도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에서도 계절근로자 공급이나 해외 지자체와의 업무협약(MOU)을 제안하는 민간 송출업체가 하루 2~3곳씩 담당부서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빠르게 확대되는 이면에서 근로자 선발과 송출을 둘러싼 이른바 '중간 브로커' 문제가 새로운 관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행 계절근로자 선발에 100만~300만원
지난해 라오스 현지에서 성주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선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주군은 민간 송출업체를 통하지 않고 해외 지자체와 직접 소통해 근로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입국 후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현지 브로커 개입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7일 성주군에 따르면 군은 해외 지자체와 MOU를 체결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도입하면서 입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현지 모집·선발 과정에 민간업체나 브로커가 개입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일부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계절근로자로 일할 수 있도록 선발되는 과정에서 현지 중간 알선업체에 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액은 업체에 따라 근로자 1명당 100만~300만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료 등 정상적인 입국 실비가 아니라 계절근로자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현지 중간업체가 받은 비용이라는 게 성주군의 설명이다.
최순미 성주군 농촌인력지원단 농촌인력2팀장은 "현지에서 계절근로자로 선발될 수 있도록 중간 알선업체가 움직이면서 근로자들로부터 비용을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며 "업체에 따라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입국 전부터 떠안은 높은 비용이 국내 사업장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기도 전에 수백만원을 부담한 근로자로서는 짧은 체류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주군도 과도한 수수료 부담이 지정된 농가를 벗어나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일자리를 찾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브로커를 통한 과도한 수수료 납부는 계절근로자의 무단 이탈률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입국 전 수백만 원의 빚을 진 근로자들은 지정된 농가의 임금만으로는 단기간에 빚을 갚고 수익을 내기 어려워 불법 체류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법무부가 올해 초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브로커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성주군의 선제적인 '브로커 낀 지자체 배제' 조치는 타 지자체가 벤치마킹해야 할 필수적인 관리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팀장은 "별도의 수수료 부담 없이 들어와 정상적으로 돈을 벌어 귀국할 수 있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수수료 부담이 커질수록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브로커 낀 필리핀 지자체 실제 배제
성주군의 대응은 단순 경고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입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필리핀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근로자를 모집하는 과정에 현지 민간업체를 개입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성주군은 해당 지자체를 올해 계절근로자 도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근로자 도입을 중단했다.
해외 지방정부와 MOU를 맺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상적인 공공 송출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실제 현지에서 누가 근로자를 모집·선발했으며 근로자가 별도의 비용을 부담했는지까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군은 현재도 입국하는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브로커 개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문제가 발견되면 다음 계절근로자 도입 과정에서 해당 해외 지자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재하고 있다.
성주군에서 적발된 브로커 수수료 문제는 비단 한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필리핀 이주노동부(DMW)는 올해 초 브로커들의 과도한 수수료 착취와 불법 알선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으로의 계절근로자 송출을 잠정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필리핀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지방정부와 한국 지자체 간의 직접적인 MOU 체결 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설 만큼, 중간 착취 문제는 외교적 마찰로 번질 수 있는 뇌관이 되고 있다.
국내 민간업체의 접근도 끊이지 않는다.
성주군 담당부서에는 외국인력을 공급하겠다거나 해외 지자체와 MOU를 연결해 주겠다며 접근하는 민간 송출업체가 하루 평균 2~3곳에 달한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일부 업체는 MOU 체결을 통한 회사 홍보 등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주군은 이 같은 민간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해외 지자체와 직접 접촉·협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최근 담당부서 출입문에 아예 '브로커 NO! 외부 알선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현판까지 내건 이유다.
성주군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집·선발 과정에서 민간 브로커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담당부서 출입문에 '브로커 NO! 외부 알선은 받지 않습니다' 현판을 부착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지난해 라오스 현지에서 성주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선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주군은 민간 송출업체를 통하지 않고 해외 지자체와 직접 소통해 근로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입국 후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현지 브로커 개입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기존 지침 금지 넘어 올해부터 형사처벌도
정부의 관리체계도 강화되고 있다.
계절근로자 모집·선발 과정에서 민간업체 개입을 제한하는 원칙은 기존 법무부 계절근로 프로그램 운영지침에도 있었다. 여기에 올해 1월23일부터 개정 출입국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브로커 개입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개정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법무부가 지정한 계절근로 전문기관을 제외한 사람이 계절근로자의 선발·알선·채용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형사처벌 근거도 마련했다.
정부가 아예 공공 영역의 전문기관을 만들어 지자체의 업무를 지원하는 체계도 올해 본격화됐다.
법무부는 지난 5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을 '중앙 계절근로 전문기관'으로 지정했다. 2019년 약 3천명 수준이던 전국 계절근로자 도입 규모가 올해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정부 자체 역량만으로 해외 지자체 발굴부터 MOU, 근로자 도입·관리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전문기관이라고 해서 근로자에게 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4월 시행된 법무부 고시는 전문기관이나 그 직원도 계절근로자의 선발·알선·채용 업무와 관련해 어떠한 명목으로도 대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7월부터 지자체별로 실시하던 계절근로자 교육도 통일된 '조기적응프로그램'으로 개편하고 교육 현장에서 외국인등록까지 연계하도록 했다. 근로조건과 생활정보를 입국 초기부터 제공해 체류 관리와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민간 브로커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형 계절근로제'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농가가 직접 외국인을 고용해 숙식을 제공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지자체와 농협이 근로자를 고용해 공동 숙소를 운영하고 농가에는 일 단위로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전국 70개소로 확대했다.
성주군 역시 늘어나는 참외 농가의 단기 인력 수요를 감당하고 브로커 개입 여지를 줄이기 위해 공공형 모델의 적극적인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다.
◆성주 계절근로자 531명→올해 2천560명 예상
브로커 문제가 성주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이미 지역 농업의 핵심 노동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성주군 자료에 따르면 실제 입국한 계절근로자는 2023년 531명에서 2024년 932명, 2025년 1천803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 1천587명이 입국을 완료했고 하반기 약 730명, 12월 말 약 250명이 추가로 들어오면 결혼이민자 친척 초청을 포함해 연간 약 2천56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약 4.8배 규모다.
특히 올해 상반기 MOU 방식으로 계절근로자를 이용한 농가 883곳 가운데 868곳(98.3%)이 참외농가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문제가 사실상 성주 참외산업의 안정적인 생산기반과 직결된 셈이다.
수요는 이미 공급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성주 농가가 신청한 계절근로자는 2천88명이었지만 법무부 배정 인원은 1천684명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입국한 인원은 1천587명이다. 지난해까지 신청한 인원이 모두 배정·입국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신청 단계부터 실제 입국까지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그러나 성주군은 농가의 인력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계절근로자를 무작정 늘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현지 모집과 입국, 농가 배치뿐 아니라 임금과 숙소, 근로조건, 이탈 여부, 출국까지 관리해야 하는 만큼 '몇 명을 데려오느냐' 못지않게 '몇 명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적으로도 계절근로자 급증에 따른 관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4~6월 전국 29개 시·군 3천9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점검에서는 603개 사업장에서 모두 663건의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법무부는 이번 점검을 노동력 착취와 브로커 개입 등 인권침해 문제가 지속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성주군은 앞으로도 해외 지자체와 직접 소통하면서 입국 근로자 설문조사를 통해 브로커 개입 여부를 확인하고, 운영지침을 벗어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음 도입에서 제외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화식 성주군수는 "계절근로자를 무조건 많이 도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농가에 필요한 적정 인원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행정인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제도에서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재를 통해 철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라오스 현지에서 성주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선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주군은 민간 송출업체를 통하지 않고 해외 지자체와 직접 소통해 근로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입국 후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현지 브로커 개입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지난해 라오스 현지에서 성주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선발을 위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주군은 현지에서 지원자를 직접 심사해 계절근로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건강검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검사를 현지 병원에서 직접 실시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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