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시민기자
겸재 정선 탄신 35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 간송미술관을 다녀왔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산천을 직접 찾아가 그린 그림인데도 실제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유는 정선이 실제 풍경을 바탕으로 하되, 그가 중요하게 여긴 요소를 강조하고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정선은 자연에서 특별하게 느낀 부분을 찾아 더욱 강하게 표현했다. 특히 폭포를 그린 작품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단순히 폭포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보다 더 길고 힘 있게 표현해 자신이 그곳에서 느꼈던 폭포의 장대함과 자연의 힘을 한층 부각한 것이다.
정선의 그림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서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유난히 잘 발견한다. 관심 있는 대상의 작은 변화는 쉽게 알아차리지만, 관심이 없는 것은 바로 옆에 있어도 지나치기 쉽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부분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서로 바라보는 것이 다른 것은 사람 사이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대화를 나눌 때 나는 상대방의 말에서 특정 부분을 중요하게 받아들이지만, 상대방은 전혀 다른 의미를 담아 말했을 수도 있다. 행동에서도 내가 중요하게 여긴 일이 상대방에게는 별것 아닌 일일 수 있고, 반대로 상대방에게 중요한 행동이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정선이 같은 자연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바위와 산, 폭포를 더욱 크고 힘 있게 표현했듯이 우리도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다고 서로의 시선 중 어느 하나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서로 다른 경험과 관심이 저마다의 시선을 만들어 세상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주며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준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다른 생각을 마주했을 때 옳고 그름을 먼저 판단하기보다, 상대방은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의미를 발견했는지 한 번쯤 헤아려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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