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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3시 대구실내빙상장. 흰 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한 20대 여성이 얼음위를 부드럽게 내달린다. 수줍게 웃음짓던 그녀가 얼음 위에서 팔다리를 쭉 펼치며 깜짝연기를 선보이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순식간에 그녀에게 집중된다. 남자들은 "예쁘고 잘한다"고 말하며 박수를 보냈고, 부러움의 눈길로 이를 지켜보는 여자들은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5분 뒤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빙상장에 나타났다. 파스텔톤의 경기복을 입고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말그대로 여·신·강·림. 대학생 앳된 모습은 사라진 그곳에는 아름다움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피겨스케이터가 서 있었다. 비엘만 스핀(등 뒤로 잡은 다리를 머리위로 올리는 기술)을 선보이자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던 남자들의 입에서는 브라보가 터졌고 질투어린 눈빛을 보냈던 여자들은 일순간 그녀의 모습에 매료된 듯 자신들의 스케이팅을 잠시 멈췄다.
그녀는 대구 출신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터 신나희(19·계명대)다. 얼굴짱, 마음짱에서 실력짱까지 꿈꾸는 그녀를 만났다.
#1. "피겨국가대표예요"
그녀의 피겨 입문은 7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엄마 손을 잡고 대구YMCA 동계수업차 아이스링크장을 갔다가 첫 수업에서 그녀의 모습을 본 피겨강사가 어머니 임미숙씨에게 재능이 있다며 권유했다. "선수하겠다는 마음보다 그냥 재밌어서 탔는데"라는 그녀 말처럼 당시 7살짜리 여자애는 얼음위를 겁없이 다녔다. 이후 대구시 대표로 선발된 뒤 국가대표에 이르렀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터=김연아'가 마치 공식인 것처럼 돼 있는 상황 때문에 신나희에 대해서는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동갑내기로서 살짝 질투가 날 만한데 그녀는 "연아가 잘하니까"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 여자피겨부문 세계랭킹을 보면 김연아는 세계 2위, 신나희는 86위에 올라있다. 그녀는 오히려 "시니어 무대 입상기록이 없어 랭킹에 오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현재 그녀는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 때문에 재활훈련 중이다. 부상 전에는 세계 50위권 진입이 목표였으나 지금은 3월말 대회를 끝으로 몸관리에만 신경쓰고 있다.
#2. "대구가 편해요"
그녀는 그동안 서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훈련하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대구에 있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인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제대로 구경다닐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서울은 여전히 낯선 곳으로 존재한다.
대구에 있는 요즘 그녀는 마음이 너무나 편하다. 특히 계명대 체육학과에 진학하면서 대구에 있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고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다.
그녀의 일상은 학업과 운동으로 단조롭다. 오전 6시30분 일어나 오후 5시까지는 학교수업을 들은 뒤, 곧장 대구실내빙상장을 향한다. 빙상장에 가서는 지상훈련 1시간, 밤 9시~10시30분까지 빙상훈련을 하는 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진다. 일요일에는 밀린 잠을 잔다.
편하지만 단조로운 일상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미팅이나 MT 등 해보고 싶은 게 많은 나인데도 불구, 그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모범(?)답안을 내놨다. 단 하나 대구에 있으면 동급 레벨의 선수가 없어 실력을 쌓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3. "얼짱 호칭 감사해요"
그녀는 예쁘다. 덕분에 인터넷에서 그녀 인기는 여느 연예인 못지않다. 미니홈피(www.cyworld.com/nahee0924) 누적 방문객수가 무려 80만건이 넘는다. 대구출신으로 큰 대회 수상이 없고 상대적으로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인터넷 상 인기는 놀라울 따름이다.
그녀 미니홈피에 알음알음 오는 이들이 방명록에 남기는 격려글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되면서 일일이 답변을 하기 힘들 정도다. 그녀는 훈련일정으로 바쁘면 잠깐 미니홈피를 닫는다.
아직까지 그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실력보다 '얼짱'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면서도 얼짱이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 실제 그녀는 주변에서 얼굴이 둥글다고 해서 호빵맨으로 부른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단순한 얼짱이 아닌 피겨스케이터 신나희로 대중에게 각인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4. "연아 참 잘해요"
그녀는 착하다. 어릴때부터 부모님과 코치에게 어리광 한번 부리지 않고 묵묵히 훈련만 하는 순둥이다. 국민여동생 반열에 오른 김연아에 대해서는 같은 선수인 자기가 봐도 배울 게 많다고 칭찬할 정도다.
그녀는 김연아와 1990년 말띠 동갑으로 9세때부터 김연아를 경기마다 만났다. 당시 라이벌로 생각해 봤음직한 데도 그녀는 자신이 준비한대로 경기하는 게 좋다며 신경쓰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때 상비군에 올라온 뒤 실력이 뛰어난 이들을 곁에서 보면서도 그랬다.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던 날 신나희는 TV앞에서 연아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그녀는 연아의 플레이를 보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실력과 여유로운 표정, 탁월한 연기까지 삼박자를 갖춘 연아를 보며 부러움과 함께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품었던 게 같은 피겨스케이터로서 솔직한 심정.
그러나 그녀는 동료 연아의 우승을 기뻐하며 점프 회전력이 부족하고 표정 연기가 부족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변에서는 그녀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운동선수로서 품어야 할 악바리 근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5. "올림픽 나갈 거예요"
그녀의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메달획득 여부를 떠나 영광스러운 자리다. 때마침 발목 부상 재활훈련이 5월이면 끝나 몸상태를 올릴 수 있는 기간도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은 한동안 못신었던 스케이트를 다시 신다보니 조금 낯설다. 그녀는 6월 중순쯤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서 몸상태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곳에서 전 올림픽 미국대표팀 코치였던 오드리 웨이서에게 두달정도 지도를 받은 뒤 올림픽 준비에 매진할 각오다.
9월부터는 대표팀에 소집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야 한다. 김연아, 김나영 등 쟁쟁한 선수들이 그녀 앞에 있어 출전가능성은 미지수. 그래도 그녀는 최선을 다하면 꿈은 이뤄진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훈련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희망을 품었다.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처음 마음 잊지 않고 한다면 뭔가 되겠죠?"
#6. 에필로그
실제 국내 빙상계에 '피겨 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겨 선수인 딸 곁을 어머니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지원을 한다. 빙상계가 "지금의 김연아와 김나영은 어머니들이 만들었다"며 극성모정에 대해 인정할 정도다. 이에 비해 신나희는 여느 피겨맘같은 지원없이 코치와 자취생활을 하며 외롭게 훈련에 임했다.
실제 그녀가 신는 부츠만 해도 한켤레 150만~200만원 정도이며 3개월정도 훈련하면 새 부츠를 사야 한다. 여기에 전지훈련 비용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그녀를 지원했던 온세텔레콤과의 계약도 지난 2월로 끝난 상황.
지방출신에 넉넉지 않은 뒷바라지가 위축시켰을 만한데도 그녀는 자신의 노력부족으로 돌리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그녀는 "항상 지켜봐 주는 코치와 가족에게 감사하고 있다"면서 "남자 선수 스타일의 점프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 등을 부각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신나희는…
1990년 9월24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7세때 우연히 엄마손 잡고 찾아갔던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신어본 게 인연이 됐고 옥산초등에서 운동하면서 대구 대표로 발탁, 경명여중·고를 거치면서 국가대표로 자리잡았다. 162㎝의 48㎏으로 피겨선수로서 이상적인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는 그녀는 현재 계명대 체육학과 09학번으로 대학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그녀는 9세때 만난 장선미 코치와 현재까지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2006년 빙상연맹 회장배 피겨스케이트대회 여자부 2위, 2007년 제6회 창춘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2008년 아시안 피겨스케이팅 트로피 여자 싱글 3위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대구 출신의 국내 피겨 간판 선수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얼짱 피겨스케이터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주변에서는 그녀가 기량만큼이나 착한마음을 지녀 믿음이 간다고 평가하고 있다. 취미는 독서, 가족으로 부모님과 여동생 1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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