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대구지역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10일 오후 대구지역 한 대학병원 응급실. 70병상 정도가 마련된 이곳은 한마디로 북새통이다. 응급환자는 몰려오지만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없다. 40여명 정도의 의사와 간호사들도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응급실 한 켠에 마련된 간이침대엔 작업도중 외상을 입은 한 환자가 누워있지만, 그를 돌봐주는 의료진은 없었다. 이 대학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지금의 응급실을 만든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력과 장비 확보 측면에 있어서 적절하게 투자하지 않은 병원과 이를 방관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지자체와 정부의 정책이 겉돌고 있다. 행정기관의 정책이 의료현실과 괴리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2009년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응급의료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에서 전반적인 만족도는 42.6%로 낮게 나왔다.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하드웨어가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 각급 병원 응급실 환자는 2006년 809만여 명, 2008년 890여만 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응급의료기관의 진료병상은 6천400여개에서 6천900여개로 500여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응급환자는 늘어나는데 병원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이른바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응급환자들은 회전율이 높지 않고, 의료 수가도 높지 않다. 병원들이 응급실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자세도 응급실 상황을 악화시켰다. 정부가 2003~2009년 응급의료 분야에 4천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응급의료 정책의 성과는 불투명하다.
응급의료 분야에 관한 권한이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
정부는 4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일반인들이 1339번의 전화를 통해 병원 응급실에 남은 병상이 있는지, 가까운 응급의료 서비스 기관이 어디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 전체 환자 이송 100건 가운데 보건복지부 전산망을 이용한 경우가 1%에 못 미쳤다.
병원 응급실 지원과 관련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지난해 대구시가 지역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내놓은 시비는 4천100만원이 고작이다. 이 돈으로 벌인 사업은 일반시민 구조 및 응급처지교육, 대규모 국제대회 대비 현장응급의료 대응교육 및 훈련 실시 등이다. 응급실 환경 개선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의료진 절대 부족도 응급실 부실에 한몫 했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외과 전공의는 정원 30명 중 22명밖에 안 된다. 여타 병원은 더 심각하다. 외과전공의의 경우 영남대병원은 24명 정원에 10명, 계명대 동산병원은 24명 중 12명, 대구가톨릭대병원은 12명 중 5명만이 있다. 흉부외과의 경우, 전공의 정원의 절반은커녕 충원율이 12~25%에 그친다.
지역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육체적으로 힘든 데다 경제적인 보상도 안되는 응급의학을 누가 전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