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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암과 싸우면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대구시 북구 구암동의 유지영씨. |
“엄마 팔은 왜 오른쪽이 훨씬 더 굵은거야? 엄마 오늘도 팔 고치러 병원가는거야?”
대구시 북구 구암동에서 조그마한 피아노 학원을 경영하는 유지영씨(43)는 한 눈에 보기에도 오른쪽 팔이 훨씬 굵다. 두꺼운 겨울 스웨터 위로도 팔의 굵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걸 알 수 있다. 겨드랑이 사이로 향하는 림프절이 절단되어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해 오른팔이 더 굵어진 것이다.
유씨는 꼭 4년전인 2008년 1월 이맘때를 떠올렸다.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것 같아 산부인과를 찾았다. 유방암 2기말. 청천벽력같은 검사결과였다.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여서 한쪽 유방을 포기해야 했다.
“가족 두고 죽어선 안돼”
매일같이 살려달라 절규
책읽고 새벽마다 일기
새롭게 삶에 대해 눈떠
머리카락 다시 나고
몸무게도 예전 수준 회복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몸은 야위어갔고, 머리카락도 빠져나갔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했기 때문에 항암치료 도중 무리를 해서 서울 출장에 나섰다.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 대구로 내려왔다. 응급실에서 면역력 저하로 무균병동에 격리조치되는 신세가 됐다.
“이러다 어린 자식을 놔두고 먼저 갈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에 유씨는 잠이 오지않는 새벽시간이면 일기를 썼다. 당뇨와 통풍으로 당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상태의 시어머니, 오롯이 이 상황을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남편, 철부지 어린 녀석들 생각에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유씨의 일기장에는 그때의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어린 것들을 두고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아직은 아니라고 말했다. 살고싶었고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매일매일 써내려간 일기장이 제법 두툼해질 즈음, 유씨는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꼈다. 책상 스탠드 불빛은 구원의 빛으로 다가왔다.
일기장 옆에 놓인 한 권의 책. 법정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가 눈에 들어왔다. ‘왜’라는 의문없이 살아오던 진부한 삶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현재의 내삶을 받아들였다.
친구가 선물해준 책. 월호 스님의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제목부터 눈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죽음이 있기에 지금의 삶이 애틋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주어진 날이 얼마이든간에 어떻게 살아야할 지 일깨워 주었다. 투덜이 스머프처럼 살아왔던 유씨를 전광 목사가 쓴 책 ‘평생감사’는 다시 태어나게 했다.
유씨의 짧았던 머리카락이 길어졌다. 약하고 듬성듬성하던 머릿밑이 풍성해졌다. 3개월에서 6개월로 정기검진 날짜가 점점 멀어졌다. 이제 하루 한 번 한 알의 약만 먹고 있다. 아프기 전과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유씨는 피아노 레슨을 하며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제 소망은 과묵하지만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주는 남편, 며느리 때문에 지금도 노심초사하시는 시어머니, 아직 철없는 개구쟁이 아이들이 건강했으면 하는 거예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꿋꿋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게 제 힘인걸요. 앞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드라마 한편 쓰는게 꿈이랍니다”라며 유씨는 밝게 웃었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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