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숨쉬는 하천 지키고 싶은‘팔거천 일기’

  • 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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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8-05-09  |  발행일 2018-05-02 제면
대구 북구여성회 임명숙씨
보고서처럼 써 페북에 게재
가동보설치 반대의견 개진
그날그날의 하천상태 기록
EM발효액·미꾸라지 방생
다양한 하천살리기 활동도
20180502
지난달 27일 임명숙씨를 비롯한 북구여성회 회원과 주민이 EM발효액과 천연비누를 만들고 있다.

“한낱 동네 하천에서 일어나는 일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팔거천은 사람의 것만은 아닙니다. 자연의 것이기도 하지요. 팔거천은 개천이에요. 개천의 물은 흘러야 합니다. 청둥오리나 새들도 천천히 고이는 물에서 자맥질하고 먹이를 찾을 수 있어요. 구청은 항상 똑같은 답만 내놔요. 우리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어 힘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임명숙씨(49·대구 북구 동천동)는 주부이자 직장인이며 북구여성회 활동가다. 얼마 전 생태일기를 쓰는 한 작가의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팔거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2개월밖에 안 됐지만 일기를 보고서처럼 써서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에 열심이다.

‘4월24일 비가 오다 그침. 오늘은 봄이 되어 싱그럽게 변한 생태하천 팔거천입니다. 비가 와서인지 너무도 깨끗합니다. 물이 많아 돌다리가 위험해 보이지만 모처럼 갠 날씨에 팔거천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곳이 다시 공사(가동보 파이프 매립공사)로 몸살을 앓게 된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납니다. 그건 신천처럼 만들겠다는 것인데…. 저는 작지만 졸졸 시내처럼 흐르는 팔거천이 더 좋습니다.’

임씨의 일기는 ‘가동보(하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리 구조물)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강변이 아니라 감성에 설득을 더한 이야기다. 그는 “새들이 노니는 곳이 공사로 인해 혼탁해지면 떠나간 새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이런 감성에 공감한 이들이 이제는 임씨에게 제보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너구리와 청둥오리·왜가리를 보았다거나 수달이 노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주는 이도 생겨났다. 임씨는 일기를 페이스북에 공식적으로 올리게 되면서 하천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에 대해 공부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북구 태암교 근처 가동보 설치 공사를 하던 중 수달이 나와 공사가 잠시 중단되기는 했지만 북구청은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며 바뀌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북구청은 물이 많이 흐르면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지만 유속이 빨라지면 그곳에서 먹이를 먹는 동물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시하천은 도시민들이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 1급수도 될 수 있고, 2급수도 될 수 있기에 북구여성회가 3년째 EM발효액 뿌리기·미꾸라지 방생·생활폐수 안 버리기·천연비누 만들기 등 각종 활동을 하면서 매년 팔거천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한 주민은 “하천은 단순히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라 체험의 공간이다. 그것은 하천이 자연스럽게 흐를 때 가능한 일이다. 팔거천이 살아 숨 쉬는 하천으로 남아 우리 아이들이 팔거천에서 자연을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놀았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라면서 EM발효액 뿌리기 릴레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EM발효액은 매주 금요일 북구여성회 회원들이 모여 직접 만들거나 주민에게 제조법을 알려준다. EM원액을 쌀뜨물에 섞은 뒤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100g짜리 EM원액분말 한 통으로 EM발효액 1t을 만들 수 있다. EM발효액 속의 효모·유산균·누룩균 등 건강한 미생물들이 오염 미생물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이영재 북구 구의원은 “침수와 범람을 막는 사업은 관계 당국이 책임져야 하지만 아끼고 간수해야 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라고 전제한 뒤 “하천 살리기 시민운동에 구경꾼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 우리 고장을 스스로 가꾸어야만 자라나는 자녀들이 붕어와 송사리를 친구 삼을 수 있고 다양한 식물도 관찰할 수 있는 생태하천을 물려줄 수 있다”며 복원을 강조했다.

“가동보 설치 후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라고 다짐하는 임씨는 일기를 계속 써서 작은 책자를 만들 예정이다. 팔거천지킴이 북구여성회는 지난 1월부터 팔거천 재해예방사업 반대에 동의하는 북구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2천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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