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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귀영 <문화유치원장> |
벌써 5월이다. 점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걸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에 가속이 붙는다고 하던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리운 시간과 그리운 사람들을 마음에 차곡차곡 담는 것이고 꺼내 볼 이야기가 많아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이 되면 항상 보고 싶은 그분과 김부각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분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아려오며 그리움이 밀려온다. 보고 싶은 외할머니 이야기다. 외할머니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김부각 만들기를 좋아했다. 직접 만든 김부각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길 좋아했다는 말이 더 맞다. 요즘은 김부각 맛을 제대로 알거나 집에서 만드는 모습을 보기 힘들지만, 학창시절 집에 오면 항상 집에 특유의 김부각 냄새가 났다. 기름에 튀긴 음식은 살찐다며 먹기 싫다고 투정을 하여도, 귀한 음식이라며 만들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김부각을 만드는 과정은 할머니만큼 느린 음식이다. 잘 말린 부각을 기름에 튀기는 과정도 아주 정성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빙허각 이씨가 엮은 ‘규합총서’에 수록된 김부각 만드는 방법을 보면, 김 위에 찹쌀풀을 먹이고 정성을 들여 시원한 바람과 좋은 볕에 한나절 말렸다가 기름에 튀기면 예쁘게 꽃처럼 부풀어 올라 귀한 손님상에 올렸다고 한다. 고기를 멀리하는 대표적인 사찰 음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각은 본래 신선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신선은 구름을 타고 다니기 위해서 수분이 적은 음식으로 부각을 가지고 다니면서 즐겨 먹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내가 결혼을 해서도 언제나 김부각을 보내왔다. 너무 자주 보내니 귀한 음식이 아니라 지겨운 음식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할머니가 계시지 않는 지금은 먹을 수 없는, 그리운 음식이다. 가끔 김부각을 사서 튀겨봐도 그때의 맛이 나지 않는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언제나 느리게 김부각을 만들던 할머니가 너무나 그립다. 전통음식을 만들고 먹어 본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가 전통음식을 잊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평소 아이들에게 한 끼도 제대로 챙겨주기 힘든 바쁜 엄마로 살아온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궁금해진다. 하루를 종종거리며 살아가는 메마른 모습으로 남겨지지 않을까 살짝 두려운 맘이 든다. “얘들아, 오늘 뭐 먹고 싶어?”
이귀영 <문화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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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5월이 되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5/20180503.0102207510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