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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혜영 <한국무용가> |
하나를 얻기 위해 고통의 징검다리를 몇 개를 건너야 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어떤 일이든 고통의 다리를 건너지 않고서는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도, 성공도, 행복도 가치가 클수록 그 앞에는 다양한 고통들이 지나간다. 고통을 견딘 완성은 기대보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풍요롭다. 유지하는 데도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결국 고통은 즐거운 것이다.
며칠 전 동아콩쿠르 예선전에 제자들을 데리고 다녀왔다. 41명의 출전자가 한 명 한 명 유리조각 위를 걷듯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움직인다. 무대 위에서 파르르 떨리는 손끝, 심지어 옷자락마저 떨리고 있다. 5명의 본선 진출자가 선발되기 전까지 숨죽이며 긴장이 줄을 잇는 모습들을 본다. 가지각색의 고통들을 품고 서 있을 거란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2년 전 저 무대에 내가 있었다. 두 달 동안 하루에 12시간 무용실에 있었고 10시간 이상 연습했다. 땀을 너무 흘려 옷자락의 땀을 짜내어 가며 연습했고, 맘대로 되지 않아 바닥에 엎드려 운 적도 많았고, 폐가 부어서 심장을 쳐 가슴이 아파서 두 번 쓰러졌다. 두 번째로 응급실에 갔을 때 의사가 너무 무리했다며 무조건 중단하여 안정을 취하라고 하기에 난 또 한 번의 선택의 길 위에서 “죽더라도 해보자”란 결정을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어보고 영양수액에 힘을 의지해 다시 연습하곤 했다.
‘꿈이 있는 고통?’ ‘무엇 때문에 그 고통을 먹고 있었을까?’ ‘하고 싶어서?’ ‘이루고 싶어서?’ ‘상 받고 싶어서?’ ‘이루고 나면 몇 배로 풍요로운 삶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 답을 찾지 못했지만 땀은 빛이 되었고 열정이 기적을 만들었다. 영광의 1등상을 거머쥐었고 한국 최고의 권위를 자부하는 동아콩쿠르 입상의 꼬리표는 아직도 달고 다니며 22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내 춤의 삶을 서포트해 주고 있다.
아기들은 한 차례 심하게 아프고 나면 부쩍 자란다. 엄마들은 자녀의 고통을 보며 더 아파하면서 진짜 어른이 되고 인생의 완성을 이루어 간다. 겨울 내내 앙상하고 깡마른 나무들은 얼어붙은 땅속에서 또 벌거벗은 채 그 추위를 잘 버텨내고는 당당하게 꽃과 열매들을 맺어 맘껏 그 푸르름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정상에 오른 자와 정상을 향한 자는 천지차이다.
완성된 자와 그 과정을 걷는 자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나는 또 어떠한 완성 앞에 고통을 받고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고통을 선택하는 자, 그는 완성을 향한 삶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완성된 무언가를 향해 작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이것이 행복임을 이제는 안다.손혜영 <한국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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