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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락<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
2천500년 전 붓다는 “태어남 자체가 괴로운 것이니, 인생 자체가 괴로운 것”이라고 했다. 태어나는 순간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괴로운 것이기 때문에 인생 자체가 괴롭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붓다는 중생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까지 가르쳐줬는데, 그 방법은 참으로 간단하다. ‘괴로움은 반응에서 오는 것이니 헛되이 반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찌 반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속세를 떠나 살아간다고 해도 ‘반응’은 발생되기 마련이다. 대인관계든 혼자만의 생각이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반응은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반응에서 발생된다. 붓다는 마음의 반응이 생기는 원인은 ‘바라는 마음’이나 ‘일곱 가지 욕구’(생존욕·수면욕·식욕·성욕·나태욕·감각욕·인정욕구)에서 생긴다고 했는데, 그중 ‘인정욕구’가 가장 크다고 한다. 괴로움의 원인이 ‘바라는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붓다의 말과 배우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상반된다. 인정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배우는 평생 괴로움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은근히 하게 된다.
행태 심리학자 메슬로도 욕구 5단계 이론 중 최종단계가 자기능력을 발휘하고 자아를 완성시키려는 ‘자아실현 욕구’로 나타난다고 했다. 특히 공연예술가들은 인정받고 싶고, 존재감을 드러내려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더 클 것이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배우들끼리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며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앙상블을 중요시하는 연극무대에서의 튀는 행동은 지탄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어야 산다는 걸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있는 배우가 더러 있다. 이처럼 튀는 배우들이 신경에 거슬리는 이유는, 상대 배우로부터 그러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의 반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튀는 상대배우로부터 반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붓다는 반응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판단이나 해석을 배제하는 것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이해인 것이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반응’한다. 상대 배우의 반응에 따라 들숨을 발생시키고 괴로워하거나 기뻐한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의 반응을 두고 배우들은 무대 밖에서까지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건 무대공연만이 가지는 소멸성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습과정에서 이뤄지는 분석을 통해 이성적으로 상대의 입장이 이해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과 상대를 이해해 ‘바라는 마음’을 없앤다면 괴로움은 사라지고 평안함이 충만하게 될 것이다. 천정락<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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