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달팽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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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8  |  수정 2018-05-28 07:28  |  발행일 2018-05-28 제24면
[문화산책] 달팽이의 집
최권준<대구가톨릭대 중남미사업단 교수>

무거운 집을 짊어진 달팽이 한 마리가 얼마나 힘든지 지나가는 길마다 은빛 고통의 점액을 남긴다. 그 은빛이 아침 햇살에 반짝임은 노동의 아름다운 부산물일 것이다. 무거운 집을 짊어지고 사는 생명체는 달팽이 외에도 소라·조개 등이 있다. 조금 다른 유형이지만, 멕시코의 한 시인은 거북이가 걷는 모습을 이삿짐을 잔뜩 짊어진 마차처럼 뒤뚱거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인간의 눈에 비친 이들의 삶은 자신이 사는 집을 짊어진 힘든 모습이다. 그런데 이 무거운 집이 없어서 더 많은 고통을 짊어진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많다.

최근 집값이 일부 조정을 받는 지역도 있지만 대구는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하는 방송사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대구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어조다. 지역경제가 괜찮게 유지되고 있는 증거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이 집값 때문에 우리의 젊은 세대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는가 모르겠다. 집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운명 때문에 우리의 많은 흙수저들은 결혼을 포기하기도 한다. 결혼을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며,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아이 낳기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집값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원인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이전 정부에서는 투기세력들이 방송에 나와 다주택자가 집을 많이 사야 서민을 위한 전월세 매물이 많이 생길 수 있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여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게다가 집을 많이 사고 팔아야 지방세수도 좋아진다며 열변을 토했다. 토론에 나온 반대편 토론자들은 무슨 일인지 이들의 열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한번 물어보자. 그들 다주택자에게 집을 판 사람은 전부 이민 간다는 말인가. 집을 판 사람들이 전세나 월세를 다시 구해야 한다면 결국 수요의 총량이 같다는 단순한 계산도 못한다 말인가. 정말 서민을 위한다면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면 된다. 그리고 재산세를 현실화하여 지방세를 보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투기세력들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논리는 경기부양에 주택건설만한 것이 없으며 많은 일자리가 연관돼 있기에 서민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불로소득은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노동의 의욕을 저하시킨다. 또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이익이 많으니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비싼 집값 때문에 다른 것엔 소비를 줄이니 다른 분야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지방에서 주거비마저 높으면 우리 지역 흙수저 청년들은 희망을 잃을 것이다.최권준<대구가톨릭대 중남미사업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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