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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마음의 진동이다.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자의 춤은 향기가 난다. 또한 불안·초조·다급·부정·긍정 등 자신에 마음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일상생활에서도 드러나지만 춤에서도 그대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무용수들의 마음관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며칠 전 전국국악경연대회 무용부문 심사를 다녀왔다. 20여 명의 경연자들을 심사하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을 하면서 보았다. 그 사람의 심리상태뿐 아니라 성품과 인품이 춤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무용뿐 아니라 모든 예술이 다 그럴 것이라 여긴다.
공연을 하기 위해 연습과 훈련 그리고 좋은 의상, 메이크업 등 보여지는 것에도 많은 정성이 들어가지만 무엇보다 마음관리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말라가는 마음과 인정들이 결핍되고 무조건 빨리빨리 진행돼야 하는 이 현실 속에 우리 전통춤은 참 좋은 중간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차분하게 느리면서 고요하게 움직여 주는 춤사위는 휴식이 되었고, 직선이 아닌 곡선의 우아함이 우주를 끌어안고 추듯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드러내었고, 사뿐사뿐 내디디면서 걷는 치마 속에 감추인 발사위에 소녀의 순수함과 수줍음을 보았고, 무게있게 딛는 디딤에 삶의 무게와 연륜이 느껴지면서 지쳐 있었던 삶에 좋은 위로가 되었다.
그렇다. 굳어버린 마음을 녹이듯 막혀 있는 인간관계의 담들을 헐어주고, 산 중턱에 놓여 있는 잠시 쉬어가는 의자가 바로 예술인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전통춤은 흥·한·멋·희·선·태 모든 것들이 들어 있는 종합선물상자다. 하지만 개인 기량으로 혼자서만 추는 기술적인 것만으로는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자신의 가슴속에 맺혀 있는 내면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온몸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며 관객은 그 감정을 이어받아 같은 희로애락에 빠지는 것과 하얀 살풀이 수건에 수많은 사연들을 담아 공중에 던지고 파르르 떨리는 손 끝에서 전해지는 감정들. 그것이 바로 예술인의 ‘교감’이다. 춤은 그 도구가 몸이고 악은 악기다. 악과 무 모두 그 뿌리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란 것에 춤을 맡기므로 우리는 마음을 훈련해야 할 것이다.
신은 인간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말한다. 세상이 더욱 아름답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마음이 아름다워야 하고 그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 있는 가슴에는 따뜻함이 있고 이해와 용서와 화해가 있다. 그 안에 진정 평화와 안정이 있는 것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그 삶의 이야기를 무대와 객석에서 서로 ‘교감’하는 것, 예술인의 중요한 책임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루를 출발해 본다. 손혜영 (한국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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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인의 책임 (2)](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5/20180529.0102508032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