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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사회에서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려면 상호간에 배려와 약속이 필요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다보면 여러 어르신들을 만나게 된다. 먼저 내리라고 지하철 출입문 입구에서 비켜서면 그 틈을 이용해 새치기 하는 사람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다. 지하철에 타서 시끄럽게 대화하거나 통화하는 건 애교 수준이다.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배척하며 살아갈 순 없는 노릇이다. 벨 훅스는 “공공질서란 민주적 삶을 지향하며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비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들이 공공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관용하고, 희망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노인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건 지금 이 사회가 그분들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OECD국가 중 한국이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어 2030년이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의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이에 정부에서도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고, 관련 논문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들의 사회활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현대화된 산업사회에 크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의 상실감은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8년 전 모 기관 실버극단에서 노인 관련 연극지도 봉사를 시작했다. 실버극단에서 연극을 지도하기보다 오히려 그분들에게서 열정을 배우는 게 더 큰 것 같다. 실버극단 단원들은 70세 전후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복지관이나 요양원에서 또래들 앞에서 연극 공연봉사를 하고 아코디언, 하모니카를 배운다. 그뿐 아니라 책 읽어주는 할머니를 자청하며 어린이집에서 봉사하는 등 열정도 넘친다. 이분들이 공연하는 내용은 주로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행동이나 고부, 부모와 자식, 세대 간의 갈등 등 노인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실버극단 단원들과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연습하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 ‘친구들’ 얘기 속에는 구순이 훌쩍 넘은 친정어머니, 자식, 손자, 남편 얘기들이 들어있다. 친구 같은 실버극단 단원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노인의 모습이 교차될 때가 있다. 그러나 벨 훅스의 주장처럼 노인들의 생각과 행동을 비난하고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관용과 포용으로 친구처럼 안아준다면, 노인들의 삶의 행태가 달라지고 새로운 실버문화가 형성될 것을 확신한다.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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