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쉽지 않은 릴랙스(rel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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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2  |  수정 2018-06-22 07:53  |  발행일 2018-06-22 제19면
[문화산책] 쉽지 않은 릴랙스(relax)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릴랙스(relax)는 ‘긴장을 풀다’라는 뜻이다. 초조하거나 흥분되거나 힘이 들어가면 일을 망치게 된다. 수험생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릴랙스해서 시험을 보면 좋은 결과를 얻지만 흥분하거나 당황하면 몸과 마음이 경직돼 평소에 알고 있던 것들도 기억이 나지 않고 익숙하던 행동들도 불편하게 된다. 목수들이 망치로 못을 박을 때 손에 힘을 빼고 원심력을 이용해 못을 박아야 구부러짐 없이 잘 박힌다고 한다. 손과 어깨에 힘을 잔뜩 주면 망치가 어김없이 못을 빗나가거나 맞았다 하더라도 못은 휘어지고 만다.

취미 삼아 할 만한 운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탁구 레슨을 받으면 힘 빼라는 말과 여유를 가지란 말을 수없이 듣게 된다. 힘이 들어가면 뻣뻣해져서 공 맞히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쉽게 힘이 빠지지 않는다.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동료도 손목에 힘을 빼고 건반을 눌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용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힘들다고 한다.

탁구를 칠 때 여유가 있어야 공이 보이고, 공이 보이기 시작하면 애써 힘을 주지 않아도 정확하고 힘 있는 공을 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이 보일 수 있는 여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감히 장담컨대 그것은 끊임없는 훈련의 결과물인 실력에서 오는 것이다. 결국 실력이 여유를 만들어내고 여유는 힘을 빼게 한다. 힘 빼기와 실력과 여유는 삼위일체인가 보다.

축구선수가 엉뚱하게 공을 처리하는 걸 보고 답답함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왜 저렇게 찼을까? 왜 급할까? 선수의 기량과 여유는 경기를 유연하게 이끌 수 있는 힘일 것이다. 여유와 유연함은 경직된 상태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힘이 빠져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비단 운동선수뿐만이 아니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당황하거나 흥분해서 공연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배우도 릴랙스해서 힘이 들어간 어깨를 내리고 여유를 가진 상태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 있다. 신체나 정신이 자유롭고 편안한 상태가 됐을 때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연극을 한 지 5년도 채 안 된 후배가 “연기할 때 힘이 빠지지 않아요”라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한 적이 있다. 나는 “30년이 된 나도 힘이 빠지지 않는데 어떡하니?”라고 했다. 나 자신 또한 연습을 하거나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는데 그 후배는 오죽할까. 힘을 빼는 데는 왕도가 없고, 힘을 빼기 위한 실력 쌓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힘을 빼기 위해 연습해야 한다. 진정 ‘릴랙스’는 우릴 힘들게 한다.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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