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찾아가는 공연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6-29  |  수정 2018-06-29 08:10  |  발행일 2018-06-29 제18면
[문화산책] 찾아가는 공연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내년에 꼭 오실 거죠?”

“예, 내년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간 건강하십시오.”

대구시립극단의 ‘찾아가는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누는 인사말이다. 대구시립극단이 문화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다닌 지가 5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공연을 하려면 복지관이나 요양원 측의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데다, 약 팔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의심 어린 눈초리로 경계하거나 잡상인 취급하는 기관이 더러 있기에 공연을 다니면서도 애틋한 마음 저편에는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지?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는 상반된 마음이 교차될 때가 있다.

현대인은 자기중심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고 불편한 일들을 꺼린다. 서로 양보하는 마음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의심의 눈으로 타인을 대한다. 작지만 실천하는 작은 것들이 모여 서로에게 웃음을 주는 행복이라는 큰 덩어리가 형성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우리는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있다. “내가 일등 해야 하고 내가 다 가져야 하니 서로 불편하고 힘든 거야. 내가 힘들더라도 쪼매난 거 그거 하나 양보해버리마 다 해결될 낀데 뭔 욕심을 그래 가지고 살아가는지 원.” 공연 내용 중 나오는 대사다.

예술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과도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 공연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에 갇혀있던 정서적 요소들을 환기시켜 개인이 가지는 갈등들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어느 요양원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인자 묵고 살 만하이 먼저 갔네. 아이구 이 할망구야 뭐가 그리 급해가 먼저 갔노? 쪼매만 더 살지 쪼매만”이라는 극 중 할아버지의 대사가 끝나자, 몸이 많이 불편하신 아버지 손을 잡고 공연을 관람하던 딸이 그렇게 슬프게 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춤추고 즐기며 심신의 건강을 다지고 그들이 섬기는 신께 악령을 쫓는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이것이 오늘날 예술 치료의 시초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노인복지 지원정책과 더불어 고령층의 문화예술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서양에서는 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공연예술을 활용했고,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예술을 치료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히 일어난다고 한다.

‘찾아가는 공연’은 일종의 예술치료인 것 같다. 연극 도중에 노래가 나오면 손뼉 치고 같이 노래 부르며 즐거워하고 때로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극 속으로 참여해 배우들이 당황하기도 하지만 연극이 끝나고 환한 모습으로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에 대구시립극단 단원들 또한 어르신들과 같이 환하게 웃으며 치료가 돼서 복지관을 나선다.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