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도서관 이야기1-대구정신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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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2  |  수정 2018-10-01 13:56  |  발행일 2018-07-0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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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국비 공모사업인 ‘길 위의 인문학’에 ‘수성구 선비정신에서 비롯된 대구정신을 찾아서’란 주제로 선정된 수성구립 용학도서관의 올해 첫 탐방이 수성구 파동 무동재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달구벌죽궁 김병연 대표의 지도 아래 대나무로 만든 활인 죽궁(竹弓)을 쏘는 체험을 했다.

이날 행사는 ‘대구정신과 의병활동’이라는 강연에 이어진 탐방으로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대구로 진입한 팔조령에 터만 남아 있는 북봉대를 둘러보면서 당시 왜군에 맞서 의병활동을 벌인 선비들의 행적을 찾는 일정이었다. 탐방은 활쏘기 체험에 이어 정묘호란 때 의병장을 지낸 문탄 손린을 모신 수성구 상동 봉산서원과 임진왜란 때 의병장을 지낸 모당 손처눌 등의 위패가 봉안된 수성구 황금동 청호서원을 찾는 순으로 진행됐다.

인문학 프로그램에 활이 등장한 이유는 대구지역 첫 퇴계 문인으로 지역 선비들에게 성리학을 교육시킨 데다 모당 등 제자들이 임진왜란 당시 대구지역 의병대장을 잇따라 맡으면서 대구지역 유학의 거두로 추앙받는 계동 전경창 때문이다. 계동은 항상 활을 가까이하면서 문무를 겸비한 선비의 자세를 제자들에게 보였다.

용학도서관은 7월에 ‘대구정신과 독립운동’을, 9월에 ‘대구정신과 민주화운동’을 이어가면서 대구정신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딸깍발이 선비정신이 목숨을 건 의병활동으로, 독립운동으로,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사실과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대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찾게 되면서 시민정신으로 발현됐으면 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다. 건강한 시민정신은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정신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죽궁도 임진왜란 의병활동과 시간의 간극은 있지만, 외적의 침탈과 불의에 저항하는 대구정신에 부합되는 스토리가 있다. 조선왕조실록 효종 6년(1655) 2월6일자 기사는 “특명으로 대구부사 이정(李淀)을 통정계(通政階)로 높였다. 본도의 병사(兵使)가 본읍의 군기(軍器)를 검열하고서 이정이 새로 만든 죽궁(竹弓)의 형태를 임금에게 아뢰었더니 특별히 칭찬하고, 이 명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효종의 북벌정책에 따라 조선의 주력무기인 활을 대량으로 생산 했으나, 당시 활 가운데 성능이 좋은 각궁(角弓)의 핵심재료인 물소뿔을 청나라의 방해로 구하기 힘들게 되자 신소재 활의 개발이 시급한 시점에 대구의 죽궁이 그 진가를 발휘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김상진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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