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직 한참 멀었다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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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5  |  수정 2018-10-01 13:55  |  발행일 2018-07-05 제20면
20180705
최혜령<동행325학당 대표>

얼마 전 ‘예스 24’에 김소영과 오상진 부부의 인터뷰가 나란히 실렸다. 두 사람의 인터뷰를 읽고 갑자기 울컥했다. 김소영의 책 ‘진작 할 걸 그랬어’는 출간 보름 만에 10쇄를 찍었다. 부부의 ‘당인리 책 발전소’는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위례 신도시에 두 번째 책방도 낸다. 참 예쁘게들 산다고 부러워하는데, 갑자기 파주에서 만난 다른 이의 한탄이 떠올랐다. ‘그들과 우리는 종(種)이 다른 사람’이라는 말. 힘겨운 다른 일의 쉼터로 책방을 만드는 사람과 그 자체가 일터가 되는 사람의 차이.

이런 인터뷰를 읽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너도나도 책방에 뛰어들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제발 그러지는 말기를. 하루에도 수많은 책방이 문을 닫는다. 그게 현실이다. 그들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이리 말하고 나니 괜히 두 사람에게 미안하다. 이런 말 들으려고 책방을 연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노홍철도 마찬가지다. 요조는 좀 다른가? 아무튼 연예인들이 작은 책방이나 독립서점, 동네책방에 기웃거리는 건 무조건 반갑지 않다. 쓸데없는 환상만 심을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동네책방이 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가게를 열고 파리만 날릴 순 없어 독서든, 토론 모임이든, 북 콘서트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것이 어쩌면 동네책방에 어울리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몇몇 동네책방은 이미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이 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책방이라는 버젓한 간판이 아니라 카페나 모임방이 먼저였을 수도 있다. 동네책방을 열면서 대박이 날 거란 생각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은 아마도 적으리라. 그저 책이 좋고, 사람이 좋고, 함께하고 싶단 이유가 먼저였을 것이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처럼 책도 그렇다. 그 속에 시간과 사람들이 있다. 시대와 언어가 달라도 수천 년을 소통하는 삶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그 분모들이 때로는 숨어서라도 읽게 하고 때로는 함께 나누게도 하면서 그 속에서 위로받고 소통하게 한다. 그것이 책이고, 그 마음이 모여든 곳이 동네책방이다. 동네책방은 돈이 아니라 마음을 들고 찾아오는 곳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다. 동네책방은 자본이 아니라 문화다.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다.

자본을 얻기 위한 대상으로 책방을 볼 게 아니라 문화 아지트로 책방에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도서정가제조차 대형출판사,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이 이익을 독점하는 신자유주의의 천국인 대한민국. 힘겹게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며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작은 책방에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상상한다. 아직은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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