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향수를 찾아-놀이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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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6  |  수정 2018-10-01 13:54  |  발행일 2018-07-06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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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극단 가인 대표)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놀이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다. 옛날에는 농사를 지으며 노동요로 일의 힘든 것을 달랬고, 기쁜 일엔 동네잔치를 열어 풍악을 울렸으며, 절기 때마다 그네뛰기·널뛰기·윷놀이 등 놀이를 통해 삶의 여유를 찾았다. 나는 연극인이기 때문에 연극적 요소를 담은 놀이를 추억한다. 오랫동안 연극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연극의 참맛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현장성, 관객과의 호흡, 창작의 묘미 등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놀이가 원초적인 참맛이라 여겨진다.

우리가 어릴 때 하던 소꿉놀이와 인형놀이가 그 맥락을 같이한다. 동네 친구들과 서로 역할을 나누고 여러 가지 소품을 마련해 상황을 만들어 누군가를 모방한다. 소꿉놀이는 어른을 모방하고, 자연이나 현장에서 소품을 함께 구해 공유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사회성 신장에 대한 욕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행위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즐겨 하는 인형놀이도 근본적인 재미는 소꿉놀이와 같다. 조금 다른 점은 미용과 패션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종이인형을 오려 공작놀이를 하면서 그에 맞는 옷을 디자인하고 재단해 입히는 과정에서 인형에게 자신이 바라는 미를 투영시킨다. 더 나아가 인형과 본인을 동일시하면서 말하고 움직여본다. 남자아이들은 딱지치기·구슬치기를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딱지와 구슬을 모으고 독특한 모양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전투놀이를 할 때는 장군 등의 역할을 주고 나름의 규율과 전투 상황을 만들어 완전히 몰입해 열심히 논다.

요즘 아이들은 제자리에서 손에 잡히는 모바일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을 주로 한다. 캐릭터를 만들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모험이나 퀘스트를 수행하며 성취감을 맛보고 캐릭터에 다양한 아이템을 장착시켜 대리만족을 느낀다. 예전과 비슷한 점은 육아와 노동을 하며 음식을 만들고 어른 흉내를 내면서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고 다른 점은 과학이 발달해 전자기기 활용을 많이 하며 장난감 등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놀 시간과 공간, 함께할 현실의 친구가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놀이의 형태는 서로 달라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놀이의 본질은 모방(연기)하면서 캐릭터나 인형에게 자신을 투영하려는 욕구를 바탕으로 한다. 이렇듯 대상을 두고 자신을 투영시키는 놀이는 원초적인 것으로,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연극은 그러한 사람들의 심리에 부응하는 다양한 이야기와 구체적인 기술과 종합적인 효과를 겸비해 다가가는 예술놀이인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은 어릴 때 놀이를 통해 간직했던 꿈을 연극이나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체험하고 관람하며 본인이 투영하고자 하는 것을 찾고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김성희(극단 가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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