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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된 어느 날, 공무원이라는 철밥통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세계일주를 떠난 사람이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과 함께. 1년 후 돌아오자 아내를 대신하여 전업주부가 되고 자녀들의 선생님이 되었다. 가끔씩 사람들은 묻는다. 후회하지 않느냐고.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아내를 도와주며 사는 것을. 그는 말한다. 둘 다 일을 했는데 주부의 역할이, 부모의 역할이 왜 아내의 몫이어야만 하는가. 그동안 아내가 해온 것을 이젠 내가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책을 읽는다. 직장인일 때 가질 수 없었던 많은 시간을 책읽기라는 욕망충족에 쏟아붓고 있다고. 덧붙여 자신에게 부럽다고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아직 그들은 간절하지 않다고.
문을 닫으면 수익이 반 토막이 나는데도 1년에 서너 번씩 장거리 해외여행을 다니는 의사도 있다. 뜻있는 사람들과 모여 병원에서 독서를 하고, 때론 인문학 강연을 열기도 한다. 그리고 역사를 담은 골동품을 찾기 위해 발품팔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 하지 않으면 이 시간은 영원히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란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는 따분하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사십 대의 가장이 갑자기 집을 나간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이후 보여주는 그의 삶은 오로지 자신에게 올인이다. 천재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냐는 윤리적 문제는 접어두고 여기서는 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간절함을 말하고자 한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얻고 싶었던 그림의 세계로 몰입하면서 그는 타인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다. 화가로서는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인정조차 기대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리고 싶다는 간절함을 따라나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나 공화국’의 대통령이다. 나는 책임을 다른 이에게 떠넘길 수 없다. 모든 것은 최종결정권자인 나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자기 실패의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긴다.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지 못한 책임을 주변으로 떠넘긴다. 과연 나의 간절함에는 문제가 없었는가.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게 될 질책이 두려웠던 것은 아닌가. 지금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는 아니었는가.
생활이 우선인지, 예술이 우선인지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 앞에는 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더 나은 판단을 위해 사람들은 책 속으로 지혜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수만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하나라도 알게 된 걸 실천하는 것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미래는커녕 오늘 하루도 바꿀 수 없다. 나는 정말 나로 살고 있는가. 저마다 나의 삶에 노크를 해볼 시간이다. 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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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는 나로 살고 있는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7/20180726.0102207490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