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도서관의 변신은 무죄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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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6  |  수정 2018-09-21 10:24  |  발행일 2018-08-06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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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1. 초등학교 5학년 때 동시 작가로 활동하면서 학교도서관도 담당했던 담임 김병규 선생님께서 필자에게 청소 당번 대신 도서관 당번을 지시하셨다. 매일 수업을 마치면 교무실 옆에 자리한 음악실 겸 학교도서관으로 달려가 선후배 학생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되돌려 받는 역할을 1년 가까이 했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필자는 도서관 서가를 가득 채운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틈나는 대로 읽고, 집에 갈 때 두어 권씩 가방에 넣어가서 밤늦도록 읽었다.

#2. 필자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마다 중구 공평동 옛 대구지방법원 자리에 들어선 대구시립중앙도서관 앞에서 길게 줄을 섰다. 제한된 일반열람실 좌석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책을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시험공부를 위한 독서실 좌석을 어렵사리 차지하면 교과서와 참고서에만 매달렸다. 가끔 머리를 식힐 겸 정기간행물실을 찾아 잡지를 뒤적이곤 했다.

필자의 뇌리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 도서관에 대한 기억들이다. 책대여점 또는 독서실 기능에 충실했던 그 시절의 도서관 모습이다. 그 시절의 도서관은 지금의 도서관과 많이 다르다. 필자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그 덕분에 공공도서관에서 일하고 있기에 달라진 도서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대부분의 필자 또래는 그렇지 않다. 친구들의 기억 속에 도서관은 여전히 독서실과 책대여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 공공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은 분명히 다르다.

요즘 도서관, 특히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하는 공공도서관은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인 것이다. 일반열람실과 자료실에서 수행되는 전통적인 도서관 기능에다 독서문화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평생교육 기능, 거기다 문화복지 또는 지식복지로 불리는 복지 기능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메이커 스페이스’로 대변되는 창의공간 기능까지 요구받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독서를 하면 좋다’며 입력(input)만 강조하던 도서관이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출력(output)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출력의 환류(feedback)를 통해 입력을 수정하는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조금 더 나아가 공공도서관이 지역사회 정보 및 지식 소통의 구심점인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믿는다. 김상진<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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