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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
올해 더위는 특히 지독하다. 산책을 생각해도 낮에는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10년 전에 사놓고는 읽지 않은 ‘블랙 스완’(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이란 책이 손에 잡혔다.
저자인 니콜라스 탈레브는 ‘스포츠클럽에 가서 2층밖에 안 되는 곳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곧장 운동기구로 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세어 보라’고 말한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운동도 될 터인데 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까? 혹시 그들은 운동이란, 스포츠클럽에서 운동기구와 더불어 하는 것이라 믿는 건 아닐까. 그냥 거리를 걷고 운동장을 달리는 것이 아닌 운동기구에 집착하는, 그래야 운동을 한 것 같은 ‘확인 편향의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닐까. 우리 역시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을까.
사람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믿고 있던 신념에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새로운 정보가 자신에게 다가오더라도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이론이나 세계관, 그리고 확신하는 정보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는 확인편향의 오류를 대체로 지니고 있다. 즉 대부분이 자신의 가설이 틀렸는지 검정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확신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한동안 건강이나 처세술, 성공 스토리에 대한 책이 유행했다. 이런 책을 쓴 저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나 경험을 책 속에 풀어놓는다. 문제는 그로 인해 건강을 잃은 사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는 절대 싣지 않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싣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 책을 쓴 저자는 자신의 신념이기에 진짜로 그것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모든 정보가 시시각각으로 개인에게 다가오는 시대다. 지식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에 있다는 아이들의 농담이 진실이 되는 순간을 살고 있다. 언젠가부터 이런 단어들이 마음속에 담겼다. 상식, 직관, 사실, 경험, 통찰, 합리적, 과학적, 이치, 배려, 차이, 배합 같은 단어들.
그리고 최소한의 소통 방식은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열악한 동네에 작은 책방을 열었다. 지식이 네이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존재함을 책을 멀리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농담처럼 말한다. 이런 동네에 책을 읽는 사람은 없다고. 그래서 가장 자본주의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혹시 그들은 알까? 그것도 확인편향의 오류란 것을.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에겐 책방이 필요 없다. 그들은 인터넷을 활용해 쉽게 구하니까 고객이 될 수 없다. 책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책방. 그것이 내 꿈이다.
책방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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