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고전이 고(告)하면 우리도 고(Go)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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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4  |  수정 2018-09-04 08:48  |  발행일 2018-09-04 제25면
20180904
김휘<웹소설 작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햄릿’에 등장하는 유명한 독백. 이 대사를 영어 원문으로 뒤집었을 때 ‘Live or dead’ 정도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원문은 ‘To be or not to be’이며 앞 해석 외에도 ‘남느냐, 떠나느냐’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음이냐’ 등 다양한 의미로 비쳐진다. 서구권에서도 이것들 전부를 다루고 있다.

필자의 영문법은 초급 수준이다. 이 명대사를 두고 지난 6월 달성군립도서관에서 강연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참여자 한 분이 be동사의 여러 뜻을 짚어가며 실존과 비실존이라는 철학적 해석을 하는 게 아닌가. 덕분에 난 수학능력시험 이후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그 토론은 내겐 흥미롭고 유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실존문제라는 시각이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전문학은 현대에서도 익히 알려진 것이 많으며 끊임없이 재해석 되고 있다. 마침 입추가 지나고 독서 시즌도 성큼 다가왔다. 그런데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격언마저 입맛대로 조명됐는지, ‘고전’ 활자가 박힌 책만 봐도 손이 ‘마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전작품을 선뜻 읽기 힘든 이유는 개인차가 있겠으나, 주변 지인들 대부분은 그것이 읽기 어렵고 지루하기 때문이라 답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명작들이 지금 소비되는 드라마나 웹툰, 심지어 웹소설과도 닮았다는 점이다.

아침 드라마로 예를 들자면, 시청자들의 관심사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채널이 높은 시청률을 찍는다. 우리는 사랑 받는 조연이 오래 출연하거나 평범한 여성이 재벌 집 아들과 결혼하는 장면을 무수히 봐왔다. 작가 및 제작진 측이 시청자 눈치를 보는 탓이다.

대중을 의식한 건 셰익스피어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극본은 판본마다 텍스트가 제각기 다르기로 유명하다. 무대 상연을 목적으로 하는 희곡 특성상 관객의 반응에 따라 수시로 고쳐졌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16세기부터 21세기까지 쭉 유지됐다.

즉, 공감은 시대를 관통한다. 그리고 명작은 거기에 특별한 무언가를 더했다. 현대 콘텐츠는 이 시대 감성을 잘 반영하지만 하루아침에 잊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누구든 삶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며 그것이 유구해지길 바란다. 문학뿐 아니라 예술이나 법식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그러한 바람을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고전이 고(告)하는 단서를 읽어내는 것이다. 오래됐다고 고전문집을 방치하는 건 의미없이 사라지는 방백과 같다.

경직된 손가락을 풀고 ‘햄릿’을 한 번 더 펼친다. ‘고(Go)!’를 외치며 미래를 상상해본다. 어쩌면 이날 만들어진 영화 시나리오와 웹툰 등도 후대엔 영구 소장되지 않을까. 400년이나 이어져온 독백 “To be or not to be”처럼. 김휘<웹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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