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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카페책방 ‘커피는 책이랑’ 대표> |
이맘때쯤이면 창문을 열어두고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새벽까지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던 어릴 때가 생각난다.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는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다시 가지고 싶어서 시작한 게 심야 책방 ‘책 먹는 밤’ 행사의 첫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었다. 행사를 진행하는 나는 결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책 읽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 몇 명이나 올까 했던 행사가 매달 테이블이 가득 차기 시작하니 이것도 일이 됐다.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 하기엔 기다리는 분들이 생겨 쉽게 그만둘 수가 없다.
심야 책방을 특별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신청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늦은 밤이 찾아오면 읽을 책을 잔뜩 쌓아 놓고 소파나 이부자리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책을 읽던 흔한 시간이 이젠 특별한 행사가 돼버렸다. 그 이면에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시대의 탓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시대에서 오롯이 나를 위한 충만한 시간을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특별하게 여겨지고, 책방에 방문하는 일들이 시간과 돈을 들이는 행사로 여겨질수록 입안이 쓰다.
나는 심야 책방 ‘책 먹는 밤’ 행사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 행사를 통해 책방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계기가 된 입장에서 해서는 안 될 말 같지만, 궁극적으로 심야 책방이 사람들이 찾지 않는 행사가 되길 원한다. 대신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숨 쉬는 것만큼 일상적이길 원한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서 책만 팔아 먹고살 수 있는 책방이 되길 원한다.
심야 책방이라는 행사보다 책에 좀 더 초점을 두고자 7월부터 주제를 가진 매대를 만들었다. 7월에는 여름에 읽기 좋은 서늘한 책들로 구성했고, 8월에는 환경에 관한 책 2권을 소개했다. 2권만 집중적으로 소개하니 집중도나 판매율이 높아 앞으로도 욕심부리지 않고 2권, 많으면 3권 정도를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심야 책방은 계속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심야 책방에 참석해서 책을 보고 사는 손님들이 계시는 동안은 계속될 것이다. 아마도 나는 매달 소개할 책 선정으로 끙끙댈 것이다. 늦은 밤 귀뚜라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책을 읽던 시간이 책방을 만드는 바탕이 되었던 것처럼 심야 책방에서 소개하는 주제를 가진 매대가 또 다른 바탕이 되어 줄 것이다. 그 전에 책을 사는 손님들이 야근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영업시간을 줄이고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고 손님들도 집에서 창문을 열고 서늘한 가을바람을 만끽하면서 책방에서 산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테니까.김인숙<카페책방 ‘커피는 책이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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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는 심야책방이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란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9/20180905.01022074344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