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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혜선(성악가) |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날의 에피소드가 되고, 시간이 흘러 그 현재가 어제의 일이 되면 지나간 과거의 기억이 된다. 수십년이 흐른 미래에는 그날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역사가 된다.
그 옛날 학창시절 들었던 선생님들의 예술가적 삶에 대한 도전적인 역사는 마치 한편의 장편소설 같았다. 그들의 역사는 마치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일 같아, 나는 앞으로 먼 미래에 어떤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말 궁금했다. 어린 시절 이와 같은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 되뇌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답을 찾지 못했고 지금도 정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현재의 나의 모습에서 나의 과거와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된 나이가 되었다.
얼마 전 우연히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베이스 연광철의 마스터클래스를 보게 되었다. 그날 나뿐만 아니라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대구를 비롯하여 각 지역의 중견성악가와 성악을 공부하는 성악도들, 그리고 오페라 마니아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소극장 카메라타를 가득 메웠다. 연광철은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성악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베이스다. 특히 그는 지난해에 7년간의 서울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다시 오페라무대로 돌아갔으며, 최근 독일인들이 인정한 캄머쟁어(궁정가수)가 되면서 성악계에 큰 이슈를 낳았다.
그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충주의 작은 마을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공고와 청주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약점을 딛고 세계 최고의 성악가가 되었다. 1993년 도밍고 콩쿠르 우승 이후에 성악가들이 꿈꾸는 최고의 오페라 무대인 메트로폴리탄, 영국 로열코벤트가든, 빈 슈타츠오퍼, 베를린 도이치오퍼 같은 극장에서 25년 이상 종횡무진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가다. 하지만 그날 나에게 비쳐진 그의 모습은 겸손했고, 그의 부드러운 언어와 가르침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
그날 그가 한 말 중 가장 나의 마음을 공감하게 한 것은 “전 공부하고 무대에 설 때 메트로폴리탄과 같은 큰 무대에 서야겠다는 꿈을 꾸기보다 늘 연습하고 큰 역이든 작은 역이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었습니다”라고 하는 말이었다. 그의 말은 곧 과거를 포장하거나 미래의 나의 욕심을 향해 움직이는 행동이 아닌, 그저 현재를 소중하게 살아야한다는,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자체가 내가 오랜 시간 찾고 물어왔던 가르침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하는 가르침이 아닌, 지식과 행동이 일치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스승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마혜선(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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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스승이 된다는 것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9/20180906.01022075424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