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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온다는 소식을 요며칠 내리는 비가 연신 전하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하고,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많은 것을 주기도 하고 앗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최근 우리 공연문화예술계에서도 실내공연장을 벗어나 딱딱하고 삭막한 도시구조물을 이용하여 자연 속에서 녹아나는 공연물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지나간 유학시절을 떠올리다 보니 벌써 그 시절이 어언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더웠던 그해 여름 나는 야외오페라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에 있는 작은 도시인 마체라타에 갔다. 이탈리아는 여름이 건기이기 때문에 비가 잘 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 정오가 지나면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오후 4시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덥다고 불평하고 있던 중 잠시 너무나 시원했지만 급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빠듯한 유학생활비를 쪼개서 왔는데 혹여나 관람이 취소될까 싶어 시원함도 잠시, 자연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심초사 맘 졸이면서 기다린 끝에 드디어 비는 멎었고, 무대는 신속한 준비를 마치고 관객을 맞이했다. 그날의 오페라는 푸치니의 ‘라 보엠’이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또 다른 추억을 재생하게 했다. 특히 2막의 카페 모무스의 장면은 실제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마스풍경을 생생하게 표현해냈고, 지금까지 나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날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한 공연을 지난 21~22일 대구 삼성창조캠퍼스에서 볼 수 있었다. 그날도 변함없이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몰과 함께 비는 그쳤고 오페라는 시작되었다. ‘라 보엠’ 가운데 2막 모무스 카페였다. 미미와 로돌포가 2층 발코니에서 1막 마지막 장면인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2중창을 시작하는 동안, 1층 광장에는 합창단원들이 목각인형처럼 서 있었고 합창단 뒤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어지고 있었다.
마체라타의 그날처럼 어떠한 음향기기도 쓰지 않고 연주가 되었다. 광장의 구조물은 오페라 가수들의 소리를 전달해내는 데 손색이 없을 만큼의 음향 판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어렵게 느껴지는 오페라를 시민들의 생활공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던 이날 공연은 자연과 사람이 만나, 사람이 자연을 통해서 만들어 낸 소통과 만남의 광장문화를 잘 보여주었다. 공연문화도시 대구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의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이탈리아에서 느꼈던 감동과 추억을 떠올리게 한 대구에서의 무대가 너무나 반가웠다.
마혜선(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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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마체라타의 추억](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9/20180927.0102007362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