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랑받는 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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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2  |  수정 2018-10-02 07:53  |  발행일 2018-10-02 제25면
[문화산책] 사랑받는 클리셰
김휘<웹 소설 작가>

어머니들은 탐정이자 뛰어난 스토리텔링 분석가다. 함께 거실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나오는 사건들을 귀신 같이 알아맞힌다. 가령 평범하게 살아가던 여주인공이 알고 보면 재벌 집의 숨겨진 혈육이라든지, 뜬금없이 차가 달려와 교통사고가 난다든지 등. 심지어는 극중 인물이 언제 어떤 병에 걸리는지까지도 모조리 맞히기도 한다.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이야기엔 이와 같은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사용되는 이유는 자극적이고 그만큼 주목을 쉽게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작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나 이야기 흐름을 클리셰(Cliche)라고 부른다. 클리셰는 원래 인쇄를 연판한다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즉 많이 쓰이는 조판을 양식으로 지정해놓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서 클리셰는 기성품과 같이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것으로 뜻이 파생되었고, 적잖이 활용되는 전개나 설정이라는 넓은 의미까지 영역을 넓혔다.

클리셰는 오늘날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고전 작품 중 상당수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거나 선한 것을 권하고 나쁜 것을 벌한다는 권선징악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 예로 우리나라의 흥부전·심청전 등이 있고 외국에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이야기 등 그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클리셰가 남발되는 이유는 국경과 시대에 관계없이 인류 삶 자체가 보편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것은 유독 호응이 많고 또 어느 것은 사람들의 비난이 쇄도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내 시선으로 볼 땐 작품 전체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크다고 본다. 아무리 괜찮은 클리셰라고 하더라도 개연성이 없거나 수용자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면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누군가를 따라한다거나, 다른 곳에서 호응을 이끈 행사나 프로그램을 형식만 따와서 수용한다거나, 심지어는 이미 잘못됐다고 판단된 해외의 법률이나 문화를 굳이 들여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충분한 이해와 분석의 과정을 거쳤다면 그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지만 자칫하다간 없어도 될 마찰만 일으키기도 한다. 이쯤에서 우리 주변에 사랑 받는 클리셰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며 도서관을 찾는다. 뜻밖에도 그곳엔 책 이상으로 얻을 것들이 넘쳐난다. 영화를 볼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가족과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다. 도서관에선 책만 봐야 한다는 클리셰를 깨버리고 보다 폭넓은 의미의 공공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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