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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성<미술작가> |
몇 년 전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열렸다. 이벤트의 결과도 결과지만 대다수의 대중이 진심으로 궁금해 했던 사항은 인공지능, 즉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과연 얼마나 인간과 유사한 지능 수준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화려한 전적의 알파고는 예상을 뒤엎고 이세돌 9단에게 4승1패의 전적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인류는 찝찝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가지 다른 사건도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인공지능 채팅 로봇 테이(Tay)가 그 주인공이다. 테이는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당시 하루 만에 5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질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테이는 출시 16시간 만에 운영이 중단되었다. 이유는 거침없는 욕설과 인종차별 그리고 비윤리적 사안에 대한 긍정적 대답 때문이었다.
상반된 두가지의 경우에서 우리는 인류가 염원하며 동시에 걱정하던 사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면에는 인공지능의 ‘창의성’에 관한 문제가 있었다. 욕은 언어의 기능 중 독특한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유무형의 압박을 언어로써 구체화하여 심리적 안정을 실행하는 것이 욕의 정서적 기능이다. 그리고 이는 썩 창의적인 언어유희를 동반한다. 마치 예술가 자신이 받은 교육으로부터 그리고 사회적 감정 표출 방식으로부터 창작 활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예술이 기존의 도덕적, 윤리적 경계를 뛰어 넘으며 새로운 체계와 문법을 생성해내고 전파되는 과정 또한 욕설과 닮아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과연 예술의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답변은 생각보다 빠르게 세상에 나왔다.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약 5억원에 낙찰된 경우가 그것이다. 이 그림은 프랑스의 연구자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오비어스(Obvious)’에 의해 그려진 가상 인물의 초상화이다. 낙찰가는 앤디 워홀의 작품 가격보다 높았다. 오비어스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초상화 1만5천여 점을 학습했다고 개발자는 말했다. 추사 김정희는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라고 말했는데, 오비어스는 그 지난한 수행을 한 것이다.
예술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험과 학습에 기반해 창작 활동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인공지능의 창작에 대한 가능성에 혼란함을 겪는다. 어떤 이들은 한사코 ‘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옹호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차이는 그저 ‘배움의 시간’ 외에는 뚜렷하지 않다고 한다. 맞는 지적이다. 다만 개인적 꼬투리라면, 그것은 불확실성이다. 미래의 오비어스가 무엇일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할지 말이다. 기능의 ‘복제’만 가능하다면 ‘예술’은 단지 ‘기술’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괜한 질문이다. 하지만 나도 쉽게 나의 ‘숙명’을 내주기가 싫다.
박인성<미술작가>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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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복제시대의 기술작품](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8/20190826.01024083049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