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가을, 책으로 풍요롭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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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7 08:05  |  수정 2020-09-09 14:45  |  발행일 2019-09-17 제23면
[문화산책] 가을, 책으로 풍요롭게
신중현 <도서출판 학이사 대표>

가을이다. 시쳇말로 독서의 계절이다. 지난 8월 말에 청주에서 열린 대한민국독서대전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책 축제가 한창이다. 대한민국독서대전에는 학이사도 해마다 부스를 받아 참가한다.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영업에 큰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책으로 펼쳐지는 우리나라 가장 큰 잔치이고 책으로 살고, 책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간다. 우리 책을 선보이고 주최 측과 출판사에서 모시고 간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 그것이 좋아서 신청하고 선정돼 해마다 참가한다.

책 축제의 주인공은 읽는 사람이다. 생산자인 작가나 출판사가 아니다. 읽는 사람, 즉 소비자가 주인공이 되는 잔치다. 독서대전에 참가하는 출판사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국에서 오는 독자나 독서동아리 회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학이사도 매년 독서대전에 참가할 때는 몇 분의 작가를 모시고 간다. 독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그렇게 보답한다. 작가도 독자도 모두가 좋아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가 생기고 창작 의욕도 생긴다. 이것이 책 축제가 모두에게 주는 의미이며 기쁨이다.

독서대전에는 출판사에 일하는 모두가 참가한다. 평일에 출판사 문을 닫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 그곳에 가면 특별한 기쁨이 있다. 독자들과 출판사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서점에만 위탁하던 것을 독자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어떻게 읽으며 즐겁게 사는지를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왜 책을 함께 읽고, 책으로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의 책사랑 이야기는 참으로 경탄케 한다. 그래서 시간과 경비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 온다.

책은 혼자 읽는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도 읽어야 한다. 같이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어야 하는 시대다. 많은 독서모임이 생기는 것을 보면 그 필요성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각 지자체의 행정적인 관심도 분명히 뒷받침돼야 한다. 함께 읽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지원을 해야 한다. 이번 독서대전에서 지역민과 공무원들이 지역의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단체로 탐방하고, 다른 지역의 독서문화를 경험하는 모습은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다. 대구에서도 고마운 이들이 함께했다. 버스를 대절한 ‘책 읽는 사람들’의 회원들과 수성문화재단과 수성구 도서관 관계자들, 대구의 작은 도서관에서도 많은 분들이 왔다. 이렇게 모여야 한다. 그래야 책 읽는 도시, 인문학의 도시라는 말이 결코 헛구호가 되지 않는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신용호 교보문고 설립자의 말이다. 나는 아직 이 격언을 뛰어넘는 독서 명언을 알지 못한다. 책을 읽지 않는 개인과 사회는 변화하지 않는다. 이제는 읽어야 한다. 그것도 함께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시대에 대처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에는 사람의 따뜻하고 차분한 가슴만 한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책만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주는 정보의 많고 빠름이 아니라, 책이 주는 사유가 필요한 시대다.

가을 밤, 잠시 스마트폰을 밀쳐두고 종이책의 질감을 느껴보자. 이 가을은 분명 더 풍요롭게 다가올 것이다. 신중현 <도서출판 학이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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