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미래 인간진화의 방향을 묻는다면 주저없이 끝없는 정신적 수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과학의 발전도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물질적 지식의 발전이지 인간 자체의 발전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다스려 무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나같이 세속적인 사람에겐 범접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 동경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 큰 영향을 끼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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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극단 한울림 배우> |
나는 집안 사정에 의해 4년 늦게 국악학과에 입학했는데 그것 때문에 정말 여러 가지 많은 일이 있었고, 처음으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느꼈다. 아직 우리 일상 곳곳에 배어 있는 이상한 일본 군국주의식 선후배 문화가 대학 내에도 아주 심하게 배어 있었다. 그중 나에게 가장 도화선이 된 사건은 나보다 어린 선배가 반말을 한 일이다. 참다 못한 나는 그에게 “국악을 한다는 사람이 예의범절도 모르느냐. 당신이 내 인생에 어떤 존재길래 나를 이리 대하냐”며 불같이 화를 내고 사과를 받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아 교수님께 장문의 편지를 쓰기에 이른다. 나는 이러저러한 사건들을 예로 들며 이런 선후배 문화에 반대하며 전학년이 듣는 수업에 보이콧하겠다는 내용을 적었다. 당연히 나는 어떤 피드백이 있길 기대했으나 전혀 반응이 없었다. 물론 나의 경우가 보편화될 수는 없지만 나 혼자만 당한 일도 아니었고, 내 눈엔 모든 것이 불합리해 보이는 99% 모순 덩어리였다. 모든 인간관계는 상대적이라 생각하지만, 그곳은 일방적이었다. 지금은 김영란법 때문에 어떤지 모르겠지만, 스승의 날엔 교수들마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으니 그 브랜드의 선물을 사야 한다고 과별로 돈을 거뒀다. 그리고 그런 방식에 잘 길들여진 학생들은 쭉 전임교수에게 레슨을 받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시간강사에게 레슨을 받았다. 강사가 교수보다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준을 세우는 관례와 행태가 비열했다. 그 윗대의 선배들이 해 왔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각종 철학서적들을 읽으면서, 풀리지 않는 마음의 응어리를 다스리려 애썼고 인간이 나아갈 길은 정신적 수양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 혼자만의 악착같은 대학생활을 마치고 졸업 후엔 완전히 국악과 이별했다.
지금, 나는 후회가 된다. 그때의 내가 좀 더 성숙한 인격을 가졌다면 모두에게 좋은 학교생활이 됐을지 모른다. 나 자신을 다스렸다면 내게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무심의 마음이 있었다면. 인격성장은 평생의 과제다. 사람이 사람 노릇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지영 <극단 한울림 배우>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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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평생의 과제](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9/20190925.0102308262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