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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랑말랑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옥탑방에 많이 살까. 물론 경제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인 것도 있지만 스토리를 펼쳐가기에 옥상은 더 없이 훌륭한 공간이다. 깊은 밤 마음 끌리는 이가 찾아오는 일도, 화를 삭이려 이불 빨래를 하는 일도, 친구들과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는 일도 옥상이라 더 감미롭다. 빌딩으로 빼곡히 둘러싸인 회색빛 도심 속에서 그나마 ‘휴우’ 큰 숨을 쉬어볼 만한 공간, 게다가 야경마저 설레는 옥상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똑같은 풍경이어도 밤에 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특히 그 풍경이 도시라면 더욱 더 그렇다. 밤이 찾아들면 더 빛을 발하고 아름다워지는 도심의 야경, 그 야경과 함께 옥상에서 부담없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이색적인 경험이 또 있을까. 삭막한 도시를 새롭게 재생한다는 옥상, 그래서 해외의 수많은 도시에서는 옥상을 활용한 아주 기발한 문화콘텐츠들을 생산하고 있다. 한때 버려진, 아니 생각이 미치지 못해 방치되었던 옥상에서 누리는 파라다이스, 한국에서도 옥상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의 전망 좋은 옥상들을 찾아다니는 영화상영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젊은 작가들이 모여 소담스러운 옥상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때로는 옥상이 도심 속 캠핑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결혼이란 일생의 특별한 날을 빛내주기도 한다.
사실 ‘빛글’도 올 한 해, 유난히 옥상과 인연이 깊었다. ‘빛글’에서 진행하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포스터 디자인 중에서 옥상 물탱크 무료 철거 사업이 있다. 옛날에야 단수도 잦고 수압이 약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쓸모없는 물탱크를 철거하고 옥상정원으로 꾸미자는 것이 콘셉트였다. 빛글의 사무실이 있는 옥상에서 ‘김광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지역 출신 가수 박창근의 콘서트도 진행했고, 벤처기업협회 대구경북지회와 함께 ‘힐링과 소통한Day’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일렁이는 가로수 불빛과 돈을 주고도 못 볼 아름다운 도심의 야경이 어우러진 옥상, 그곳에서 열린 문화행사는 기획하는 이에게도 함께 하는 이에게도 신선한 추억을 선물했다.
가뜩이나 좁고 야박한 도심 속에서 이만한 유휴공간이 또 있을까. 노천이라는 야외성에 도심의 야경이라는 로맨틱함이 더해진 옥상, 이제 옥상도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으로 더욱 더 치밀하게 설계를 해볼 때가 온 것 같다. ‘옥상의 재발견’, 옥상을 활용한 참신한 문화예술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 대구의 밤을, 대구의 문화를 아름답게 수놓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문화가 고픈 이들이여 옥상으로 오라”고 웃으며 외칠 수 있는 날을 말이다.
박연정 (빛글 협동조합 대표)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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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옥상의 재발견](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9/20190930.0102408080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