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책 권하는 사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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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1  |  수정 2020-09-09 15:05  |  발행일 2019-10-01 제25면
[문화산책] 책 권하는 사회

시월이다. 축제의 계절, 행사의 계절이다. 수건이나 우산 등의 기념품을 준비하는 손이 부산하다. 좋은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부담 없고 행복해야 한다. 행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이들의 손에 들려있을 선물을 생각하면, 준비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수고가 더 고맙다.

해마다 명절이면 고마웠던 몇몇 분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그런데 늘 때가 되면 고민이다. 그때마다 떠올리는 선물은 책이다. 그런데 아직 용기가 없다. 자칫 출판사 창고에 쌓인 재고를 들어낸다고 오해하지는 않을까, 스스로 움츠린다. 시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시집을, 어린이가 있는 집에는 아동용 도서를 포장해 선물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용기가 없다. 그래서 고민만 하다가 그만둔다.

지난 봄에는 아주 고마운 행사가 있었다. 2019년 대구경북인쇄협동조합 정기총회다. 여기에서는 참가한 수백 명의 회원들과 전국에서 온 외부 손님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그것도 우리 지역에서 출판한 책이다. 책을 선물로 받고는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했다. 지금껏 어느 행사장에서도 책을 답례품으로 받아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최 측의 결단이 더욱 고마웠다. 이날의 책 한 권이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대구의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직원들에게 연말 선물이나 생일 선물로 책을 주는 곳이 있다. 단행본 한 권, 시집 한 권의 값으로 어떤 선물을 사서 받는 사람을 감동케 하겠는가.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대구의 유지가 한 분 계신다. 이분은 연말이면 모임에 갈 때마다 시집을 주문한다. 시집의 정가는 대개 1만원 내외이다. 그것도 지역 시인의 시집을 주문한다. 이럴 땐 우리는 아무리 바빠도 바로 가져다 드린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모임에서 선물로 받은 시집 한 권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 시집 한 권을 손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이미 올 때의 자신이 아니다. 책의 힘이 여기에 있다.

지산지소(地産地消)라고 했다. 지역에서 나는 것은 지역에서 우선 소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로컬푸드에 흔히 사용하지만 책도 마찬가지다. 지역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은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대구에서라도 기쁜 날을 맞아 책을 선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온 것 아닌가. 소득 3만달러 시대에 선물도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받는 사람은 변했는데, 뷔페 음식으로 배 불리고 먹거리를 비롯한 공산품에서 우리의 선물은 너무 오랜 세월 변하지 않았다.

육체에 주는 선물보다는 정신에 주는 선물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바란다. 지역 출판사가 출판한 책이 지역민들에게 선물로 널리 활용되는 날을, 책 한 권으로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해지기를.

신중현 (도서출판 학이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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