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지영<극단 한울림 배우> |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 친구에게 갑자기 휴대폰 메시지가 왔다. 결혼식 때 한번 보고 몇 년간 왕래가 없던 친구인데, 갑자기 어떻게 사나 궁금했나보다. 어렸을 때 추억이 생각나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언제 친구들끼리 한번 만나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했다. 결혼을 해서 그 친구와 멀어졌다기보단 내가 연극을 하면서부터는 거의 모든 인관관계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고 하겠다. 보통의 사람들과 생활패턴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토요일·일요일·공휴일 등 빨간날은 물론이고, 남들이 퇴근하는 저녁시간에 공연을 하니 친구를 만나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런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가끔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서로 관심사가 너무 다른 것이다.
연극하는 후배가 자기가 가장 친한 친구는 친언니라고 한 적이 있다. 나도 언니가 있지만 가족이란 생각 외에 다른 느낌을 가져 본적이 없어 순간 조금 의아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할 게 없다. 어렸을 때는 친구란 꼭 나랑 동갑이어야 하고, 같은 성별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지금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이도 제각각이고 성별도 같지 않은 연극하는 동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꿈이나 삶에 대해 현실성 없을지도 모르는 얘기를 할 때, 절대 그것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공감해주고 언젠가 이뤄질 꿈이라고 같이 실현해 가자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에 안정감이 생긴다.
변치않는 것이 우정이라 말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우정이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댈 필요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다.
그런데 가끔 옛 친구들이 멀어지고 사라지는 것 같아 서글퍼질 때가 있다. 좀 더 깊게 마음을 들여다보면 세상의 잣대에 맞는 친구를 가지려는 내가 있을 뿐이다. 평생 잊지 못할 첫사랑의 추억이 있어야 하고, 죽마고우 친구가 있어야 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다를진데 완벽해 보이는 내가 되고 싶은 나.
그래서 말인데 솔직히 요즘 나의 절친은 남편이다.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할 기회가 있어서 서로 얘기하다가 가장 편한 친구는 서로라고 말하면서 웃었는데, 정말 그렇다. 비록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진 않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한 사람. 그냥 그 한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그게 누구인가가 뭐가 중요한가. 이 절친은 쉽사리 멀어지지 않게 평생 공을 들여야 하겠지만, 어찌보면 사랑과 우정 양쪽에 들일 공이 하나가 되었으니 다행인 듯 하기도 하다.
당신의 마음에 평온을 주는 절친은 누구, 아니 무엇인가요?이지영<극단 한울림 배우>
이은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