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연정<빛글 협동조합 대표> |
뿌연 창문 너머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 ‘영화제’를 둘러본다는 그럴싸한 핑계 아래 대구를 떠나왔다. 영화로 뜨거운 이곳에 있으니 몽글몽글 옛 기억이 새롭다. 서울에서 작가 일을 하던 시절, 중앙대 학생들과 단편영화작업을 한 적이 있다. 여러 방송국에서 일을 하던 터라, 시간이 정말 빠듯하던 시절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온도가 뜨거운 그 일이 좋았다. 퇴근 후 시외버스를 타고 안성 캠퍼스로 향할 때, 창문에 비친 꾀죄죄한 내 모습조차 참 근사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상영됐다. 주된 전쟁터라는 이름의 주전장, 이 영화는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기사를 쓴 기자가 일본의 우익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당한다. 왜, 그토록 위안부 문제를 감추려 하는 걸까 궁금증이 든 감독은 그들을 일일이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 그런데 의외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전하는 그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 반격하는 또 다른 사람들, 영화 속에서 숨 쉴 틈 없는 전쟁이 펼쳐진다.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후 반응이 좋아 올 초 일본에서, 그리고 이어 한국에서도 개봉을 했다. 그가 일본계 미국인이었으니 망정이지 일본에 살았다면 테러라도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미치니, 떠오르는 이가 있다.
2014년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Women in War’ 전시를 준비할 때였다. 무서운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가 단지 한일 간의 감정적 대립으로 보이는 것이 싫었던 우리는 한국 사진가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대만에서 위안부 작업을 해 온 사진가들과의 전시를 기획했다. 그때 일본인 사진가 이토 다카시를 만났다. 그는 사진 작업도 하지만 실제로 남한과 북한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서 들은 생생한 증언과 흔적들을 책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어느 집안의 귀한 딸로 태어나 전쟁이라는 고통 속에서 삶을 빼앗긴 할머니들의 증언은 그저 한 줄 읽어 내기도 힘겨웠다.
우리 지역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가 있다. 빛글 멤버인 현숙경 감독이 만든 ‘꽃보다 아름다운 그 이름’은 김분선 할머니의 이야기를 동명이인인 젊은 무용수가 몸짓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다. 그 어떤 영화보다 가련하고 또 잔혹했던 할머니들의 삶을, 단 한 줄이라도 제대로 읽었다면 감히 그 교수는, ‘매춘’이라는 망언을 입 밖에 낼 수 있었을까.
박연정<빛글 협동조합 대표>
이은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영화’의 편린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10/20191007.0102208141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