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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현<도서출판 학이사 대표> |
올해 가을의 대구는 책으로 특별하다. 책으로 마음 잇기와 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책으로 마음 잇기는 책을 좋아하는 대구시민 스스로가 만든 행사이고, 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전국의 독서고수들을 위해 처음으로 대구에서 여는 특별한 행사다. 이런 행사가 있어 어느 해보다 대구의 가을은 환하다.
지난 세계 책의 날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한 권씩을 들고 학이사도서관에 모여 조촐한 행사를 가졌다. 행사명이 ‘책으로 마음 잇기’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이 행사에서는 들고 온 책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한마디를 적고, 무작위로 선정해 장미 한 송이와 함께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다. 다만 조건은 있다. 참여한 사람은 누구나 열흘 안에 선물로 받은 책을 읽고, 그 감상을 준비한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계기로 여섯 사람이 다시 모여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시청 공무원과 문화기획자 등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책으로 시작한 챌린지다. 책의 날로부터 100일간, 대구에 사는 40세 이상의 선배가 지역 청년 후배들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한 권 선물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선후배가 책으로 마음 잇기, 책으로 세대 잇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 행사에는 64명이 참여해 지역의 청년들을 위해 자신이 아끼는 책 86권을 기증했다. 순간의 행사로 그치지 않기 위해 10일에는 선배와 후배가 한자리에 모인다. 이 자리는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하나의 새로운 사람책을 만들기 위함이다.
또 하나 멋진 일이 기다린다. 동대구역 광장에서 펼쳐질 ‘2019대구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다. 12일과 13일에 걸쳐 스물네 시간 동안 300명이 모여 책을 읽는다. 300명이 광장에 모여 함께 밤을 새우며 책을 읽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무엇으로 가을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겠는가. 기차에서 내려 역 광장으로 나오며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의 감동은 그 어디에 비유하겠는가. 그 장엄한 풍경을 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구는 어떻겠는가.
독서운동은 이래야 한다. 소소하게도 하고 웅장하게도 펼쳐야 한다. 책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그런 말이 아닌, 이런 살아있는 현장을 보여주고 참여케 해야 한다. 보고, 느껴서 시작하게 해야 한다. 보여주기 행사라고 해도 괜찮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대구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가 대구의 영원한 전통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시간의 길고 짧음,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두 시간이면 어떻고 두 사람이면 어떻겠는가. 책으로 함께 마음을 잇고 함께 소통할 수만 있다면.
신중현<도서출판 학이사 대표>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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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책으로 여는 가을](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10/20191008.01025080954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