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는 만큼 보이는 ‘문화’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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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1  |  수정 2020-09-09 14:59  |  발행일 2019-10-2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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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정<빛글 협동조합 대표>

돌아보면 ‘외우기’에는 젬병인 나였다. 그래서 사회나 역사 과목의 시험 날에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어느 요리전문가의 유행어처럼 ‘얼마나 외울게 많게요-’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만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암기 위주의 역사에 대한 혁명과도 같았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며, 그 박물관의 유물이 말해주는 진실과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살아있는 이야기들은 정말 많은 사람들을 ‘팬덤’으로 이끌었다.

그 책에서 지금도 인용되는 구절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라는 것이다. 그 땅의 성격, 자연지리를 알고, 그 땅의 역사, 역사지리를 알고, 그 땅에 사는 이들의 삶, 인문지리를 알아야 하며, 이걸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답사가 문화지리라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래서 다큐 프로그램이나 전시 기획을 할 때, 나의 무지가 들통 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보다 객관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마치 한 편의 논문을 쓰듯 자료를 찾아 헤매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곤 한다. 사실 이 말은 기획을 하는 이에게는 물론 관람하는 이에게도 정말 좋은 ‘꿀팁’이 아닐 수 없다.

전시장을 지키다 보면 정말 많은 관람객들과 만나게 된다. 어떤 이는 몇 시간 동안 머물기도 하고, 어떤 이는 10분 남짓 만에 전시장을 떠나기도 한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라 당연히 ‘관심’을 가진 분들이 왔을 거란 생각에 상황이 허락하는 한, 전시안내를 하고 있다. “벼락 맞은 죽은 나무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작가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투병을 했기 때문인데요” “고흐가 사랑했던 남프랑스의 아를 아시죠? 그곳에서 매년 세계사진축제가 열립니다” “작가들의 포트폴리오 북은 내 자식 같기 때문에 쉽게 공개하지 않는데요”, 짧게나마 설명을 들은 관람객들이 다시 한 번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노라면, 혼자 괜한 뿌듯함에 설레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문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있다. 큐레이터의 짧은 설명이 아닌 전시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주는 시간, 바로 ‘아티스트 토크’다.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유료 혹은 무료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작품을 제대로 알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지난해 9월, 지역 최초로 열린 세계 출판계의 거장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의 토크는 2시간 만에 50명의 신청자가 마감되기도 했다. 돌아오는 토요일, 흑백 사진의 거장이라 불리는 민병헌의 아티스트 토크가 대구에서 열린다. 문화가 숨 쉬는 삶을 누리고 싶다면 아는 만큼 보이는 문화, ‘아티스트 토크’의 매력을 누려보면 어떨까.박연정<빛글 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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