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세치 손가락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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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3  |  수정 2020-09-09 14:58  |  발행일 2019-10-23 제23면
[문화산책] 세치 손가락

얼마 전 젊은 연예인이 삶을 달리했다. 워낙 젊고 아리따운 나이라, 실제로는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맘이 철렁했다.

그리곤 예전 생각이 났다. 매일 밤마다 들었던 라디오 DJ를 했던 한 아이돌이 삶을 달리했던 때 말이다. 라디오를 항상 듣던 나는 처음에 그 친구로 DJ가 바뀌었을 때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 평소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미숙한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말에서 느껴지는 그 차분함과 마음 씀씀이가 그를 달리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쓴 대본 안에 그 라디오를 듣는 나의 일상을 적은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진 않았지만, 나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언제나 함께했기에 그냥 그 순간은 연예인이 아닌 내가 아는 그냥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허무했다.

다들 너무 아까운 나이, 청춘이다.

대중예술이든 순수예술이든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좀 더 감성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아니, 하다보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모든 사람의 눈앞에 항상 노출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심지어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그들의 고통을 무명배우인 나는 전부 가늠할 수가 없다.

세치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세치손가락이 사람 잡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들의 죽음의 이유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워낙 악플에 시달렸던 친구들이라 이 세치손가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은 기억에 남지만, 글은 기억은 물론이고 문자로 남는다. 마음에 박히는 글이라면 더 큰 상처를 주겠지. 인터넷에 남기는 글은 썼다 지우면 그만이라지만, 글을 이미 본 사람들은 그 문자들이 머릿속을 떠다닐 것이다.

물론 살다보면 언제나 아름다운 말만 할 수는 없다. 가끔은 서로 싸우고, 비판적인 말을 쏟아낼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서로의 발전을 위한 충고여야지 비난을 위한 비난, 내 기분을 풀기 위한 감정의 분풀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아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10년을 넘게 알았던 사람이라도 어떤 날은 저 사람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때가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자기 멋대로 평가하는 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내가 상처 받기 싫으면 남들도 상처받기 싫은 것. 내가 적은 글에, 말에 언젠가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을 수 있다.

내 세치혀와 세치손가락을 조심하겠습니다.

이지영 (극단 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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