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역 문화의 가능성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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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5  |  수정 2020-09-09 14:57  |  발행일 2019-10-25 제16면
[문화산책] 지역 문화의 가능성

지역과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진 지는 1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공연의 완성도나 기반 시설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대구 연극의 성격을 고민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의 문제는 단순히 연극의 문제가 아니었다. 교육과 경제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지역은 정체성을 잃거나 낙후된 이미지로 남겨지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은 일종의 존재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그러니 문제는 복잡할 수밖에 없고 쉽게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지역 문화는 여전히 가능하며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개인의 정체성이 다르듯 지역은 삶의 공간과 향유하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9월 문화산책을 시작할 때, 대구FC의 축구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올해 대구FC의 놀라운 변화는 지역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접근성이 높아진 경기장 때문에 관중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진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인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경기장의 위치보다는 경기장의 구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DGB대구은행파크는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는 7m에 불과하며, 관중석 바닥은 알루미늄으로 돼 있다. 관중은 열광적으로 응원하며 대구FC를 자신의 팀으로 여긴다. 그 힘은 다시 좋은 경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다룰 때 가끔 다루는 예가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다. 이 영화는 영화가 지역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그리고 지역의 문화가 어떻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최곤의 추락은 낙후된 지역 영월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최곤은 영월에서의 생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영월 사람들은 최곤을 알지 못한다. 그러던 중 다방 종업원의 사연을 있는 그대로 방송하면서 최곤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게 된다. 최곤이 라디오를 통해 영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어쩌면 라디오는 지역성을 유지하기에 가장 안정적인 장르일지 모른다. 라디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대구FC의 성공도 마찬가지이다. 대구FC는 단지 축구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중으로 하여금 대구FC가 자신이 응원해야 할 팀이라고 여기게 만든다. 이처럼 지역 문화는 지역인이 그 콘텐츠를 어떻게 인식하도록 만들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중요하다. 콘텐츠가 소비되는 과정에서만 소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콘텐츠가 기획되고, 제작되고, 소비되는 모든 과정에 대중이 필요하다. 많은 지역 콘텐츠는 정부 보조금이나 재단 지원금이 아니면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하지만 그 안정적인 구조 때문에 대중과의 소통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승현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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